2년간 구조조정 현대상선, 이젠 해운업 경쟁력 키운다
현대상선이 부산신항의 4부두 항만터미널(PSA현대부산신항만) 지분 되찾기에 나선 이유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2년간 이어진 구조조정으로 허약해진 체력(해운업 경쟁력)을 보강해 잃어버린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산업은행 등 현대상선의 주요 주주들은 지난달 31일 신규자금 수혈을 위한 621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해운업 불황과 모그룹인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악화로 2014년부터 시작된 현대상선 구조조정은 지난해 7월 용선료 협상이 타결되고 채권단 출자전환이 이뤄지면서 일단락됐다. 현대상선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알짜 자산인 현대부산신항만(현 PSA현대부산신항만) 지분 50%-1주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2014년 IMM인베스트먼트에 5000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작년 5월엔 남은 지분 중 일부를 PSA에 추가로 팔아 800억원을 확보했다.

이후 추가 매각으로 조(兆) 단위 현금을 확보해 살아남았지만 핵심 자산과 주력 사업을 대부분 파는 바람에 해운사로서의 경쟁력은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대상선이 지난해 말 ‘2021년까지 글로벌 해운시장 점유율 5%, 영업이익률 5%를 달성해 선도 해운사로서의 입지를 회복한다’는 내용의 중·장기 경쟁력 제고방안을 발표한 이유다.

현대상선이 PSA현대부산신항만을 되사오려는 첫 번째 이유는 비용절감을 통한 원가경쟁력 제고다. 이 회사는 지난해 PSA와 연간 최소 7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 이상의 물동량을 2023년까지 처리하기로 약정했다. 다른 해운사보다 TEU당 1만~2만원 비싼 항만 하역료를 내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현대상선은 한진해운 물량을 흡수해 물동량이 연간 150만TEU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 등을 들어 올초부터 항만 하역료 인하 협상에 들어갔다. 약 8개월간 이어진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지분을 되사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지분 인수에 성공하면 연간 최대 200억원 이상의 하역료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현대상선은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 얼라이언스인 2M(머스크·MSC) 등과의 협력관계 강화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부산신항은 물동량 기준으로 세계 5위권의 메이저 항만”이라며 “현대상선의 물동량이 늘어날수록 2M 얼라이언스를 포함한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TTIA)을 비롯해 추가로 3~4곳의 항만터미널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