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속속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설정액이 13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커진 헤지펀드 시장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으려는 증권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유안타증권이 올 연말까지 헤지펀드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9월 헤지펀드본부를 신설했으며 연말께 운용을 시작할 예정이다. 헤지펀드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채권형 헤지펀드를 주로 내놓을 계획이다. 레버리지(부채)를 일으켜 단기 채권에 투자, 은행이자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익을 내는 게 목표인 상품이다.

키움증권은 고유자산(PI) 운용 인력을 활용해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든다. 이 증권사는 △저평가된 주식을 사고 고평가된 주식은 파는 롱쇼트 전략 △전환사채(CB) 등 메자닌 △유상증자, 합병 등 주가에 영향을 주는 ‘재료’를 활용해 투자하는 이벤트드리븐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는 멀티전략으로 운용하는 펀드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유안타증권은 고객자산운용부와 주식운용팀 인력을 중심으로 팀을 꾸려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잇달아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기존 인력을 활용해 내부 자금을 굴리면서 고객 돈을 받아 추가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헤지펀드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헤지펀드 중에는 절반 이상을 고유자산으로 채운 펀드도 있다”며 “내부 자금을 굴려 운용 성과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기관이나 고액자산가 자금을 모으는 게 주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교보증권 등 먼저 시장에 뛰어든 증권사들이 헤지펀드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것도 자극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4월 첫 채권형 헤지펀드를 내놓은 교보증권의 설정액은 약 2조원에 이른다. 전체 헤지펀드 운용사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증권사는 NH투자증권 신영증권 교보증권 IBK투자증권 등 7곳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의 인하우스 헤지펀드가 꾸준히 늘면서 전체 시장 설정액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증권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인하우스 헤지펀드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