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경제 자신감에 美정정불안·허리케인·北미사일 등 겹쳐
달러 약세 가속에 中 위안화 가치도 달러당 6.6위안 깨지며 강세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에 다시 불이 붙은 가운데 유로화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2달러를 돌파했다.

유로화 대비 달러 환율은 29일 오후 5시 7분(한국시간) 유로당 1.2063달러를 기록했다.

유로화 환율이 1.20달러 선을 넘긴 것은 2015년 1월 5일 이후 2년 7개월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연초보다 무려 13.8% 상승했다.

최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 스캔들과 인종갈등 발언으로 리더십을 잃은 틈을 타 강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로존 실업률은 지난 6월 9.1%로 8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고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1%를 보였다.

여기에 초강력 허리케인 '하비'가 미국 전역을 강타하면서 미국 3분기 경제성장률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측이 더해지면서 유로화 강세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 경제성장률이 주춤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내놓지 않을 수 있어 달러 약세 요인이 된다.

또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따른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 고조도 최근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은 유로화에 호재가 됐다.

유로화가 여러 요인 덕에 저항선이었던 1.2달러를 돌파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유로화 환율이 유로당 1.2167달러를 넘길지로 넘어갔다.

이는 2014년 5월 고점(유로당 1.3993달러)과 2017년 1월 저점(유로당 1.0341달러)의 딱 중간 지점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는 "1.25달러 고지를 밟은 뒤에 장기적으로는 평균 1.21달러 아래에 머물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은 변수는 다음달 7일로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다.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을 고려 중인 ECB 입장에서는 유로화 강세가 달갑지 않다.

전문가들은 유로당 1.22∼1.24달러가 ECB가 행동에 나서는 기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국 위안화의 강세도 지속하고 있다.

인민은행 산하 외환교역센터는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0.1% 내린 달러당 6.6293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환율을 내렸다는 위안화 가치를 그만큼 절상했다는 의미다.

고시 위안화 가치는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 영향으로 역내 위안화 환율이 장중 달러당 6.5986위안, 역외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5993위안까지 내렸다.

역내·외 위안화 환율이 6.6위안 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6월 24일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