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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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반기 의회 증언(12~13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같은 날 열리는 캐나다 중앙은행(BoC)의 통화정책회의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지고 있어 긴장의 수위는 더욱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옐런 의장의 발언과 BoC의 결정은 가장 먼저 글로벌 국채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고, 선진국 통화정책의 긴축 사이클에 대한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하루 앞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본회의 역시 영향권에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옐런 의장은 의회 증언을 통해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현재 경기 및 자산 가격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공개된 반기 통화정책 보고서에서 Fed는 '주식이 2000년 초반 이후 가장 높은 주가수익비율(PER)을 기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2월 반기 보고서 대비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에 대한 직접적인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한대훈 SK증권 시황·글로벌 담당 연구원은 "이러한 Fed 위원들의 매파적인 발언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의사록에서 일부 위원들이 9월 통화정책회의(FOMC)에서 자산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 주가가 고평가 영역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이번 주 공개될 예정인 베이지북을 통해 위원들의 입장을 재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환 KB증권 리서치센터 수석연구원도 "다음 FOMC 전까지 Fed 위원들의 발언에 시장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만약 거품에 대한 경고와 실적 충격이 동시에 나올 경우 주가의 조정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경계했다.

2014년 7월, 옐런 의장이 의회 증언에서 '일부 테크주와 정크본드에 과열징후가 있다'고 언급한 이후 주가 조정이 진행됐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지난주부터 Fed 위원들도 하나둘씩 발언을 내놓고 있다.

브레이너드 Fed 이사가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기 전에 물가상승을 확인해야 한다"고 공개 발언한 직전에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Fed가 올해 금리를 한 번 더 올릴 것"이라고 말해 엇갈린 의견을 내비쳤다.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의 경우 "세 번째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의문이 든다"고 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외환 담당 연구원은 "외환시장에선 옐런 의장의 증언을 앞두고 시장참여자들이 공격적인 매매 플레이를 자제하고 있다"며 "아울러 캐나다 중앙은행의 통화정책회의에 집중하고 있는데 옐런 의장과 BoC의 결정에 따라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BoC가 금리를 인상하면 2012년 이후 Fed를 제외한 선진국 중앙은행의 첫 금리인상이다. 이는 글로벌 국채시장에 적잖은 부담(금리 상승)을 안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렇게 국내 증시는 물론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국에 집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을 이끄는 곳이 중국과 신흥국이 아니라 미국이기 때문이다.

김한진 KTB투자증권 자산배분 투자전략 연구원은 "하반기 세계 증시는 미국 증시의 눈치를 더욱 볼 것 같다"며 "미국경기 변동이나 통화정책, 금리, 주가 변동보다 하반기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더 많이 키치는 변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경기의 모멘텀(상승동력)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경우 하반기 세계 증시의 부담은 커질 것"이라며 "'저금리·경기확장'의 조합이 자칫 '통화긴축·경기둔화'의 조합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인데 앞으로 통화정책이 다시 완화되더라도 그것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주 대외 이슈를 무사히 넘긴다면 코스피(KOSPI)의 움직임은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앙은행들의 정책변화와 원·달러 환율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주식시황 담당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수가 지속되는 이유는 풍부한 유동성 환경 속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 시장의 이익 모멘텀은 다른 국가 대비 강하고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다"라고 강조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