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낸 천일고속이 '폭탄 배당'하는 까닭
올 1분기 2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천일고속이 대규모 분기 배당을 결정했다. 현금이 필요한 대주주 일가를 위해 무리하게 배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일고속은 지난 11일 장 마감 후 “지난 3월 말 기준 주주를 대상으로 주당 3000원의 분기 배당을 한다”고 공시했다. 11일 종가(9만4900원)를 기준으로 한 시가배당률(주당 배당금/주가)은 3.1% 수준이다.

분기배당금 총액은 43억원이다. 천일고속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14억원)의 세 배가 넘는 돈을 배당으로 풀게 된다. 이 중 대주주 일가가 37억원가량을 가져간다. 최대주주인 박도현 대표와 특수관계인 세 명의 지분율이 85.74%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배당을 늘리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다. 창업주인 고(故) 박남수 명예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했던 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하면서 박 대표와 박주현 부사장 등 두 손자에게 증여한 이후다.

2015년에는 주당 6000원, 2016년엔 주당 8000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배당에 쓴 돈은 100억여원으로 당기순이익(25억원)의 네 배에 달했다.

업계에선 대주주 일가가 주식 상속에 따른 증여세를 마련하기 위해 ‘통 큰 배당’을 결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2~2014년엔 한 푼도 배당하지 않았다.

실적과 관계없는 대규모 배당은 주가 변동성도 높였다. 배당 발표 및 배당기준일을 전후로 주가는 급등락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웃도는 배당을 한 부광약품도 배당금을 노리고 들어온 기관투자가들이 빠져나가면서 올 들어 주가가 20% 넘게 빠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익이 뒷받침되지 않는 배당은 지속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