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큰 폭의 매수에 나서던 외국인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매도세로 전환했다. 기업 실적보다는 원·달러 환율 변화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0일 "지난 주 매도세가 집중된 삼성전자POSCO가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1분기 실적이 이번 매도세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원·달러 환율의 변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1분기 원·달러 환율은 트럼프 랠리의 영향을 받아 연초 1200원대에서 1110원 부근까지 하락했다. 달러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됐고, 신흥국 중에서도 기업이익 추정치가 비교적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강화됐다.

송 연구원은 "하지만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20원 이상 반등했고, 이로 인해 신흥시장에 대한 투자심리 역시 되돌려 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코스피 장부가치가 1배를 회복했기 때문에 ‘저평가된 증시’라는 매력이 사라지면서, 그동안 매수세가 집중됐던 업종에서 차익실현이 집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순매수세의 열쇠는 1분기 기업 실적이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아닌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이 쥐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불행하게도 당분간 달러를 약세로 전환시킬 만한 요인은 많지 않다"며 "그동안 달러 약세를 유도해온 트럼프 랠리가 사실상 종결 국면에 접어들었고, 통화정책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측면에 있어서도 단기적으로는 환율에 긍정적인 이벤트가 사실상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Fed)의 자산 축소에 대한 우려는 생각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 주 공개된 3월 FOMC 의사록에서는 Fed의 보유 자산 축소에 대한 이사들의 동의가 포함되 시장을 긴장시켰다. 양적완화 종료 이후 Fed는 그동안 매입했던 국채와 MBS 등을 만기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보유해왔는데, 재투자를 중지해 자산 규모를 줄인다는 것이다. Fed는 자산 축소로 인한 결과가 연 2회의 25bp 기준금리 인상 효과와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송 연구원은 "Fed의 보유 채권 규모 감소는 금리 상승 압력 강화로 이어지고, 금리 상승은 달러 강세로 연결된다"고 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역시 점차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그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북한 관련 리스크에 보다 둔감해지는 모습을 보였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주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의 주요한 아젠다에 북핵 문제를 포함시키는 등 북한에 대해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있어 이번에는 해당 리스크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미국의 시리아 공습과 칼 벤슨 항공모함 전단의 한반도 인근 재배치 등 역시 이러한 리스크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송 연구원은 "지정학적 리스크의 부각은 안전자산으로 구분되는 달러나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달러 강세는 한국 주식 전반에 있어 부정적인 이슈"라고 지적했다. 그는 "달러 강세가 지속된다면 연초 관찰됐던 대형주 중심의 장세 국면은 당분간 쉬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리플레이션, 대형주 위주의 포트폴리오 대신 원·달러 환율 변화에 덜 민감한 내수주, 중소형주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돌아선 외국인, 환율 변화 탓…"내수·중소형주 집중"
정형석 한경닷컴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