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8.1% 수익"…재보험 투자에 꽂힌 부자들
고액 자산가들이 보험연계증권(ILS)에 투자하면서 재보험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ILS는 보험사의 보험 상품을 채권 등 유가증권으로 유동화한 것이다. 당초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기획됐지만 대체투자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지면서 지난해 말부터 각 증권사들이 리테일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보험의 보험 상품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프라이빗뱅킹(PB)센터 등을 통해 개인 자산가들에게 ‘흥국ILS전문투자형사모11호’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 1위 ILS 운용사인 리덴홀캐피털파트너스 펀드에 흥국자산운용이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지금까지 총 11개 사모펀드가 설정됐으며 설정액 규모는 500억원 수준이다.

대신증권 역시 현대인베스트자산운용의 ‘현대인베스트ILSFoFs전문투자형사모2호’ 펀드를 20억원 규모로 설정했다. 지난 1월 판매한 1호 펀드와 합치면 100억원가량이 팔렸다. 이 역시 리덴홀캐피털파트너스의 재간접펀드다. 다만 2호 펀드의 경우 달러 자산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50%가량 환헤지한 1호 펀드나 100% 환헤지한 흥국자산운용 상품과는 차별점을 뒀다.

보험사는 ILS를 발행해 보험 리스크를 투자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보험수익 일부를 제공한다. 보험 가입자로부터 받는 재보험료 수익과 ILS를 발행해 모은 투자 원금을 국채나 머니마켓펀드(MMF) 등 안전자산에 투자해 얻는 이자수익이다. ‘보험의 보험’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ILS 투자자가 일종의 재보험사 역할을 맡는 것이다. 대표적인 상품은 대재해채권(캣본드) 담보부재보험계약(CRI) 산업손실보증(ILW) 등이다. 이 가운데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에 대비한 보험을 유동화한 캣본드가 가장 일반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기관이 검증한 상품”

ILS는 세계 시장에서 1995년 처음 발행됐다. 지난해 기준 약 750억달러(약 88조원)의 시장이다. 2012년 저금리 기조가 정착하면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다른 투자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아 안정적인 수익률을 올린 영향이 컸다. 캣본드지수 기준으로 2005~2016년 연평균 수익률은 8.1% 수준이다.

원래 ILS는 기관투자가들의 대체투자처라는 인식이 강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행정공제회가 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LGT·리덴홀·네필라 세 곳을 해외 캣본드 위탁운용사로 정하고 4000만달러(당시 452억원)를 집행했다.

국내 기관투자가 중에선 첫 투자다. 지난 3일에는 110조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우정사업본부가 해외 ILS 펀드에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위탁운용사 선정에 나섰다. 17일까지 제안서를 접수한 뒤 다음달 말께 국내외 운용사 3~4곳을 뽑을 계획이다.

이처럼 ‘기관투자가들이 검증한 상품’이라는 입소문이 나며 PB센터 등에 상품 요청이 늘었다. 변태종 흥국자산운용 상품개발팀장은 “원래 대체투자본부에서 기관투자가용 상품으로 발굴하고 마케팅해 온 상품”이라며 “최근 사모펀드 시장이 성장하며 대체투자에 대한 리테일 상품 수요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체투자 상품인 만큼 투자위험(리스크)도 존재한다. 캣본드는 자연재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 보험금 지출이 늘어나면 투자 원금을 손해볼 수 있다. 한 증권사 PB센터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 역시 자산배분 차원에서 전체 포트폴리오 일부를 투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