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서 돈을 버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개미가 사들이는 주식을 공매도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주식투자로 좀처럼 이익을 내지 못하는 것을 풍자한 우스갯소리다. 지난 5년간 개인투자자의 투자성적표를 보면 서글픈 농담이 회자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개인이 많이 손댄 종목의 손실률은 평균 30% 안팎. 동전이나 주사위를 던져 무작위로 종목을 고른 것보다도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개미 투자자의 ‘실패 포인트’를 실제 투자사례를 통해 정리했다.
[이제 다시 주식이다] 미련에 못 털고, 잴 것 다 재다 늦게 잡고…'개미 흑역사'는 되돌이표
◆낙폭과대주 겁 없이 사들이지만

국내 개인투자자는 낙폭과대주에 애정이 각별하다. 좋은 종목을 싸게 살 기회가 오면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뚜렷하다. 지난해 개인 순매수 총액 1위에 오른 한국전력이 낙폭과대주 투자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개미들이 이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시기는 지난해 4분기였다.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5903억원)의 90%에 해당하는 5453억원어치의 ‘사자’ 주문이 10월부터 12월 사이에 쏟아졌다.

당시 이 종목은 꾸준히 주가가 빠지고 있었다. 석유와 석탄 가격이 오르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4분기 첫 거래일인 지난해 10월4일 5만4500원이던 한국전력의 주가는 12월 마지막 거래일인 12월29일 4만4050원까지 미끄러졌다.

개인들은 주가가 조정받을 때마다 순매수액을 늘려나가는 ‘물타기’ 전략을 썼다. 지금 이들은 어떻게 됐을까. 지난 11일 이 종목의 종가는 지난해 말보다 10%가량 더 떨어진 4만1300원이었다. 개인투자자가 생각한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었던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낙폭과대주에 대한 환상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세 하락이 시작된 종목의 저점은 누구도 점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팀장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자 흐름이 이어지는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정도”라며 “하락 구간 초기에 주식을 사들였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고 말했다.

◆성장주 매수 타이밍 한 템포 늦어

지난해 개인투자자 순매수 총액 3위에 오른 한미약품은 한국전력과 대조적인 사례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비쌌음에도 개인투자자의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이렇다 할 성장주가 보이지 않던 2015년에 등장한 ‘증시 스타’였다. 해외 제약업체가 만든 약을 복제하는 데 급급하던 국내 제약업체가 수조원대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는 그럴듯한 ‘스토리’가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한미약품 사례의 문제점은 늦은 매수 타이밍이었다. 개인투자자가 이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시기는 주가가 50만8000~70만6000원 사이를 오간 지난해 3분기(5406억원 순매수)였다. 이미 오를 만큼 올라 상승 여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던 시기다. 기관투자가가 3분기 들어 이 종목을 5478억원어치 순매도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한미약품 투자자들의 희비는 3분기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해 9월30일에 갈렸다. 한미약품에서 내성표적 항암신약 기술을 사들인 베링거인겔하임이 8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철회한다는 방침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62만원에서 출발한 주가가 50만8000원까지 폭락한 것. ‘불타기(상승종목 추종매매)’에 뒤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의 손실폭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조금 먹고, 많이 잃는 패턴 반복

한미약품 사례에는 시사점이 더 있다. 이 종목이 폭락한 30일 기관투자가는 손해를 무릅쓰고 남은 물량을 정리했다. 이날 기관이 쏟아낸 물량은 2037억원어치에 이른다. 우왕좌왕하다가 손절매 타이밍을 놓친 개인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였다. 기관의 ‘읍참마속’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현재 이 종목은 주당 30만원 근처까지 떨어진 상태다. 개인투자자가 본전 생각에 주가 폭락을 방치한 사례는 이 밖에도 수두룩하다. 지난해 순매수 2위에 오른 LG화학, 5위를 기록한 기아자동차 등도 손절매 타이밍 탓에 손실폭을 키운 사례로 꼽힌다.

반면 지난해 개인투자자 순매도 상위 1~2위에 오른 삼성전자(순매도액 2조8607억원)와 SK하이닉스(1조5545억원)는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반대의 경우다. 두 종목의 지난해 주가상승률은 각각 43.06%와 45.36%에 달했다. 대부분 개인투자자는 10~20% 수익을 낸 상태에서 해당 종목을 팔아버렸고 기다림에 대한 보상은 고스란히 기관과 외국인에게 돌아갔다.

장동원 유경PSG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팀장은 개인투자자가 반복적으로 심리적 오류에 빠지는 이유를 ‘공부 부족’이란 말로 요약했다. 기업 가치와 업종·시장 흐름에 대한 확신이 없으면 군중심리에 휩쓸리기 쉽다는 지적이다. 장 팀장은 “기업 가치를 계산하고 장세를 판단하는 나름의 객관적 기준 없이는 장기 투자 레이스에서 기관과 외국인의 수익률을 이기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