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발(發) 훈풍’에 4분기 실적시즌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영업이익 9조2000억원이란 ‘깜짝 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도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증가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엔 삼성전자 착시 효과 없다"
◆연일 최고가 삼성전자, 4분기 훈풍

삼성전자는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86만1000원이란 종가로 사상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지난 6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이날도 주가를 5만100원(2.82%) 끌어올렸다. 삼성전자는 D램 가격 상승으로 ‘슈퍼호황’을 맞은 반도체사업 덕에 2013년 2분기(9조5300억원)와 3분기(10조1600억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실적 발표 후 2거래일 만에 주가가 4.66% 상승하면서 단숨에 186만원을 뚫었다.

가장 먼저 성적표를 공개한 삼성전자를 빼고도 4분기 실적시즌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외에 실적 추정이 가능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75곳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총 26조4129억원으로 전년 동기(18조1116억원) 대비 45.8% 늘었다. 삼성전자를 포함했을 때의 영업이익 증가율(46.8%)에 못지않은 수준이다.

매년 4분기 실적은 추정치에 크게 못 미쳤다. 2015년까지 최근 4년간 4분기 영업이익은 추정치 대비 25% 적었고 순이익은 41% 밑돌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간 건설 조선 은행업종 등에서 통상 4분기에 반영해온 대규모 비용 처리를 그 이전에 마무리하면서 실적이 정상화되고 있어서다.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에는 실적발표 시즌에 가까워질수록 추정치가 상향 조정돼왔다”며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이 크게 기여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해도 추세는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이닉스 등도 ‘깜짝 실적’ 기대

추정치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이 흑자(전년 동기 대비)로 돌아섰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도 19개에 이른다. 주로 조선(현대중공업 두산엔진) 기계(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석유화학(에쓰오일 금호석유화학) 금융(하나금융지주 NH투자증권) 업종에 포함된 종목들이다.

2015년 4분기보다 영업이익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종목은 전체의 70%(120개)에 육박했다. LG상사(6002.9%) SK디앤디(2292.2%) 녹십자(1996.9%) 애경유화(1854.1%) LG디스플레이(1067.9%) 등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돋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는 SK하이닉스(29.4%) 롯데케미칼(82.8%) SK이노베이션(152.3%) 등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 기대 종목이다.

반면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하고 한미약품(-68.0%) 한진(-51.9%) 등은 영업이익 감소폭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배성영 KB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에 힘입은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수출주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경기민감주들의 선전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