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27일 오전 6시12분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가 1조5000억원을 투자한 쌍용양회공업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자회사인 쌍용머티리얼과 석유사업부를 비롯한 비주력 사업에 ‘메스’를 들었다. 주력인 시멘트 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현대시멘트 인수도 저울질하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과거 투자 사례처럼 쌍용양회의 상장폐지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마켓인사이트] 1.5조 베팅한 한앤컴퍼니의 '승부수' 쌍용양회 사업 구조조정…몸값 올리기
◆수술대 오른 비주력 사업

쌍용양회공업은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0.7% 오른 1만35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1810억원이다.

한앤컴퍼니는 특수목적회사(한앤코10호유한회사)를 통해 올 들어 수차례에 걸쳐 쌍용양회 지분 77.4%(우선주 포함)를 1조4936억원에 사들였다. 회사 시가총액은 한앤컴퍼니의 인수금액보다 20.9%가량 밑돌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경영권 인수와 동시에 쌍용양회를 수술대에 올렸다. 쌍용양회는 지난 22일 OCI 계열사인 유니온에 쌍용머티리얼 지분 52.1%를 800억원에 팔았다. 내년 1월10일에는 석유유통 사업부를 물적 분할해 세운 쌍용에너텍을 매각할 예정이다.

쌍용양회의 100% 자회사인 쌍용로지스틱스는 23일 쌍용해운 하역사업부를 인수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쌍용양회가 쌍용로지스틱스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정보통신도 사실상 떼어낸다. 쌍용양회는 올해 기말배당 명목으로 1주당 쌍용정보통신 0.279주를 쌍용양회 주주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보유 중인 쌍용정보통신 주식 전량(2604만446주)을 처분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쌍용양회는 재계 순위 6위까지 올랐던 쌍용그룹의 주력 회사였기 때문에 그룹의 많은 유형자산과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며 “비주력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한앤컴퍼니가 투자금을 빠르게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양회 상장폐지 가능성

쌍용양회는 매물로 나온 현대시멘트의 인수적격후보로 선정돼 본입찰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쌍용양회의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시멘트 시장점유율은 20.1%로 업계 1위다. 이 회사가 현대시멘트(점유율 10%)마저 인수하면 시장점유율은 30%를 웃돌게 된다. 시멘트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의미다.

쌍용양회 몸값을 올리기 위한 일련의 작업은 상장폐지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한앤컴퍼니가 소액주주 간섭을 받지 않고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한앤컴퍼니는 카메라모듈 업체 코웰이홀딩스를 인수한 지 석 달 만인 2011년 11월 상장폐지했다. 코웰이홀딩스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거쳐 홍콩 증시에 재상장했고 한앤컴퍼니는 높은 평가차익을 올렸다.

한앤컴퍼니가 쌍용양회를 상장폐지하려면 지분율(특수관계자 지분 포함)을 95%(보통주 기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이날 보통주 종가 기준으로 2181억원어치에 달하는 규모의 주식을 추가로 사들여야 하는 것이다.

상장폐지는 쌍용양회가 자사주를 공개매수하는 형태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가 비주력 자산을 처분하는 것을 자사주 매입 대금을 조달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