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_통합 미래에셋대우
출처_통합 미래에셋대우
"대형 증권사로서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을 꿈꾸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선 리더그룹으로서 불가능한 꿈을 꿔야 합니다. 한국 금융산업과 자본시장의 DNA를 바꾸겠습니다. "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인수 결정 후 8년 만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공언한 말이다. 박 회장 말대로 통합 미래에셋대우가 단순히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라, 강한 소프트웨어·글로벌 투자자의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지 증권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자사주 매각 통해 8兆 증권사 만들 것"

통합 미래에셋대우 CI
통합 미래에셋대우 CI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증권의 통합법인인 미래에셋대우가 오는 29일 닻을 올린다.

통합 미래에셋대우의 자기자본 규모는 6조7000억원에 달해 단숨에 업계 1위로 점프하게 된다.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요건을 충분히 갖추는 동시에 2위 NH투자증권과의 격차가 2조원 이상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통합 미래에셋대우는 이에 머무르지 않고 내년 8조 규모 증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해 "올해 결산을 통해 약 3000억원 이익을 더하면 연초 자기자본은 7조원에 달한다"며 "내년 합병 법인의 자사주 매각으로 1조원을 추가 확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상증자 등 추가 자본 확충 없이, 합병 법인의 자사주 매각만으로도 자기자본 8조원을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증권이 미래에셋대우 인수 과정에서 취득한 약 2조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보유하게 된다.

통합 미래에셋대우가 8조원 규모로 몸집을 불리려는 것은 금융당국이 초대형 IB에 제시한 업무를 부여받기 위해서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초대형 IB는 4조원 이상 증권사에 허용되는 어음발행(대규모 자금조달로 기업대출 가능), 외국환 업무에 더해 종합금융투자계좌(IMA·개인고객에게 예탁 받은 자금을 통합, 운용해 수익을 고객에 지급하는 상품), 부동산신탁 업무까지 할 수 있다.

성용훈 한화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초대형 IB들은 여수신 업무가 가능해져 은행과 경쟁할 수 있다"며 "기존의 중개 업무보다는 글로벌 IB들처럼 자산을 투자해 얻는 수익이 회사의 역량·수익에 더 중요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해외 사업 확대해 글로벌 IB 도약

통합 미래에셋대우는 확대된 자기자본을 활용해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글로벌 IB로 탈바꿈하겠다는 포부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기존의 국내 증권사 자기자본 수준으로는 글로벌 IB들과 경쟁하기에 한계가 있었다"며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대우가 각각 보유한 해외투자 경험, 글로벌 인력을 활용해 해외 IB 딜과 모험자본 해외 투자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가 부동산, 사모펀드(PEF), 항공기 금융 등 다양한 부문에서 노하우를 갖고 있는 만큼, 합쳐질 경우 적지 않은 시너지를 낼 것이란 판단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중국 상하이 푸동타워, 미국 시카고와 워싱턴의 오피스빌딩, 샌프란시스코 페어몬트 호텔, 하와이 와이키키하얏트 리젠시 리조트 등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도 싱가포르 아폴로아시아크레딧펀드 투자, 미국 쿠퍼티노 부동산 매각, 항공기 금융, 해외 헤지펀드 여신 등에서 투자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기업공개( IPO)도 본격화하는 등 기업금융에서의 글로벌화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승준 미래에셋대우 주식자본시장(ECM) 본부장은 "중국 기업을 시작으로 글로벌 IPO를 본격화할 것"이라며 "당장 성장성이 크지 않더라도 차별화된 특징이 있고 고정 소비자층이 있는 기업이면 주저하지 않고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는 중국 제지회사인 린핑(한국어로는 인평)의 IPO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물리적 통합은 'OK'…화학적 결합 성공할까

물리적 통합에 성공한 미래에셋대우가 화학적 결합을 이뤄낼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그간 미래에셋증권은 미래에셋대우 노동조합과 합병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미래에셋대우 노조가 인수방식 등을 문제삼으며 통합을 강하게 반대했던 만큼, 통합 이후에도 양측의 힘겨루기는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에는 노조가 존재하지 않는 만큼, 노조를 가진 미래에셋대우의 직원 문화를 이해하기엔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의견도 적지않다.

이자용 미래에셋대우 노조위원장은 "통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노사관계"라며 "미래에셋대우 고유의 제도·문화를 훼손하지 않고 직원을 대표하는 노조에 대한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미래에셋증권이 미래에셋대우 노조와의 관계를 원활히 하려 노력하고 초대형 증권사로서의 위상에 걸맞는 처우를 뒷받침한다면 화합은 무리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양사 직원들은 출범에 맞춰 서울 을지로 센터원 빌딩에 한 둥지를 틀었다. 서울 여의도 구 대우증권 사옥에 있던 미래에셋대우 직원 대부분이 센터원 빌딩으로 이전했다. 현재는 자본시장법상 '방화벽(차이니즈 월)'으로 인해 공간이 분리돼 있지만, 출범 이후 합방이 성사되면 본격적인 시너지가 나올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