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50% 오른 러시아펀드, 차익실현 할까? 더 기다릴까?
올 들어 가장 ‘뜨거운’ 해외 주식형펀드는 연초 이후 약 50% 수익률을 낸 러시아펀드다.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해야 할지, 아니면 투자를 더 늘려야 할지 고민이 되는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향후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추가 상승 여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역시 주요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 경제엔 호재다.

◆유가 상승으로 경제 급반등

18일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러시아펀드의 수익률(지난 16일 기준)은 49.5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시 올 들어 많이 오른 브라질펀드(47.94%)를 제치고 해외주식형 펀드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67.48%), ‘KB러시아대표성장주’(63.24%), ‘신한BNPP더드림러시아’(54.65%) 등이 대표 펀드다. 같은 기간 러시아의 대표 지수인 MICEX와 RTSI는 각각 26.55%, 51.76% 상승했다.

1년새 50% 오른 러시아펀드, 차익실현 할까? 더 기다릴까?
올해 러시아펀드 수익률이 높아진 가장 큰 이유는 유가 상승이다. 연초(1월20일) 배럴당 27.88달러까지 떨어진 브렌트유는 지난 13일 연중 최고치인 55.72달러까지 치솟았다. 러시아 경제는 2014년 이후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깊은 침체에 빠졌다. 석유 가스 등의 수출이 줄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 폭이 커졌다. 덩달아 정부지출도 감소하며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했다. 러시아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3.7%였다. 올해는 유가 상승을 발판으로 성장률 하락폭이 크게 줄어 -0.6%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금이라도 들어가야 하나?

러시아펀드 수익률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차익을 실현하기엔 이르다고 진단했다.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얘기다.

가장 큰 요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정책이다. 2014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러시아 경제제재는 당초 올해 3월6일 끝날 예정이었으나 1년 연장된 상태다. 하지만 러시아에 우호적인 트럼프 당선자가 1월20일 공식 취임하면 경제제재를 연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프랑스(마린 르펜)와 독일(독일대안당)에서도 친(親)러 성향의 인물이나 정당의 지지도가 높아지고 있다.

김은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프랑스 대선 이후인 내년 7월 EU가 재연장 여부를 검토할 땐 강도를 완화하거나 해제할 공산이 크다”며 “이탈리아가 러시아 제재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프랑스까지 돌아서면 독일 역시 지금 같은 수준의 제재를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수는 유가의 방향이다. 주요 생산국이 감산에 합의했지만 실제 이행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달러 강세장이 펼쳐진 것도 불안 요인이다. 감산 효과보다 달러 강세가 더 세게 작용해 유가가 떨어지면 차익 실현하는 자금이 늘어날 수도 있다. 유동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달러화는 당분간 상승세를 보이다가 어느 시점 이후엔 안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유가 흐름도 향후 1년간 50~60달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