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일(현지시간) 1년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올리며 '돈줄 죄기'에 나섬에 따라 국내 증시의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리 인상 자체는 시장에서 거의 확실시돼온 사안인 만큼 영향력이 제한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이번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자체보다 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성향 강화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연준은 올해 마지막으로 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0.75%로 올리는 금리 인상 조치를 위원 10명의 만장일치로 단행했다.

최근 고용시장 개선과 물가상승 전망, 소비심리 개선, 기업인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경제성장의 기대감 등이 두루 반영됐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제로금리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2월 0.25%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이래 1년 만의 인상 조치다.

그러나 이번 금리 인상은 '예고된 이벤트' 성격이 강하다.

금리 인상 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확률이 약 95%에 달하는 등 시장은 이번 금리 인상을 확실시했다.

일반적으로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신흥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신흥국 주식 시장의 하락과 채권 가격 약세가 동반 진행되지만, 시장에 충분히 선반영된 만큼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이 때문에 이번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시장이 오히려 안도 랠리를 펼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가운데서도 외국인은 연일 한국 증시에서 순매수세를 나타내며 이들 들어 6천79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내년 금리 인상 속도가 시장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음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연준 위원들은 앞으로 금리가 얼마나 오르고 내릴 것인지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표인 '점도표'를 통해 내년 1년간 3차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을 시사했다.

그간 시장은 대체로 미국이 내년 두 차례 금리를 올릴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FOMC는 보다 매파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간 비둘기적(통화 완화 선호) 태도에 익숙해진 금융시장이 연준의 태도 변화에 적응하려면 한두 차례의 홍역을 더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소재용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시장에 선반영돼온 12월 금리 인상 자체는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예상과 달리 점도표를 끌어 올리며 금리 인상 시그널을 강화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달러화 강세 흐름의 강화로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서의 자금 유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정우 연구원은 "시장 예상보다 다소 매파적인 금리 인상 전망으로 달러 강세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미국 금리의 3회 인상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미국 기준금리는 연 1.5%로, 한국 기준금리(연 1.25%)보다 높게 된다"고 말했다.

간밤 뉴욕증시의 주요 3대 지수도 내년 미국 기준금리가 기존 예상보다 더 자주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에 하락 전환했다.

뉴욕 애널리스트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경기 부양책 세부 내용이 불확실한 것 외에도 향후 금리의 추가 상승 우려가 증시에 걱정거리로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