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국민투표 부결로 리스크 확대…ECB 양적완화 연장할 것"
영국계 자산운용사 슈로더투신운용이 이탈리아의 국민투표 부결에 대해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탈리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유럽연합(EU)의 정치·경제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슈로더투신운용은 추가 리스크를 막기 위해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QE) 정책을 연장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5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7년 글로벌 경제 및 시장전망 간담회'에 참석한 키이쓰 웨이드 슈로더그룹 런던 수석 이코노미스트(사진)는 "이탈리아의 국민투표 부결로 마테오 렌치 총리가 사퇴를 선언했다"며 "이탈리아 정치 개혁이 포퓰리즘에 막히면서 성장도 더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4일(현지시각) 실시된 이탈리아 헌법 개정 국민투표에서 패배를 인정하고 사임했다. 마테오 렌치 총리는 상원의원을 315명에서 100명으로 축소하는 개헌안을 마련해 제시한 바 있다. 이탈리아 전역에서 치러진 국민투표의 출구조사 결과 개헌 반대는 54~59%였다.

웨이드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은 부결 가능성에 대해 예상하고 있었지만 반대표가 생각보다 높은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현재 지지율이 높은 오성운동이 집권할 경우 유럽 전체의 안정성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유럽은 설상가상 브렉시트(영국의 EU탈퇴) 불확실성도 자리잡고 있다"며 "협상이 완료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EU의 경기 및 증시 약세는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의 정치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ECB는 내년 3월 종료 예정인 QE정책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ECB는 오는 8일 통화정책회의를 연다.

그는 "불확실성이 산적한 가운데 ECB가 양적완화까지 중단한다면 EU는 경제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며 "2018년까지는 통화완화정책을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반면 그는 신흥국에 대해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등 신흥국 국가들은 인플레이션율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금리인하를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할 것"이라며 "특히 브라질, 러시아의 경우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보여왔지만 내년에는 2년만에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흥국 금융시장 전망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신흥국 통화가치가 저렴한 영역에 놓인데다 현재의 낮은 증시 밸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은 이들 자산에 대한 투자매력도를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신흥국의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최근 급격히 개선되고 있는 것을 신흥시장 증시의 좋은 신호로 본다"며 "슈로더 운용은 신흥시장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웨이드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치를 2.5%에서 3%로 올려 잡았다.

그는 "글로벌 경제성장 전망치를 2년 만에 처음으로 상향 조정했다"며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졌지만 경제성장이 촉진되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기대도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