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0거래일 중 17일은 지분가치가 합병 기준가액 초과
국민연금 의사결정 때 그룹 전체지분 영향도 고려했을 듯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가치가 한동안 평가이익을 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증권가와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지분가치는 합병 이후 상당기간 종가 기준으로 합병 주가(합병 기준가액)를 넘어선 적이 있으며, 최근 50거래일 중 17일간 합병 기준가액을 초과했다.

삼성물산의 합병 기준가액은 15만9천294원이다.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1대 0.3500885)을 정하기 위해 합병 결의 직전 1개월, 1주, 직전일 주가 산술평균으로 산출한 금액이다.

이를 기준으로 했을 때 최근 주가 고점인 10월25일에는 삼성물산 종가가 16만9천원을 기록하면서 국민연금이 1천229억원의 평가이익을 낸 것으로 산정할 수 있다.

22일 종가 기준으로 하면 합병 기준가액보다 11.8% 하락한 상태이기 때문에 현재는 국민연금이 그만큼 평가손실을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평가손익을 산정하는 것은 기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제일모직 15만6천493원, 삼성물산 5만7천234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지분가치는 보유 물량을 감안하지 않은 채 합병 이전과 최근 주가를 단순 비교하면 최대 5천억 원대까지 평가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계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합병 전 국민연금이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수 1천334만여주(합병비율 감안해 계산)와 현재 공시된 삼성물산 주식 수인 1천96만4천여주를 감안해 지분가치를 비교해보면 평가손실이 2천억 원대로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합병 전후의 보유주식 매각분을 반영해서 추정한 계산 결과다.

따라서 증권업계에서는 특정 시점을 끊어서 평가손익을 산정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합병 이후 손실을 봤다는 생각이 만연해있지만 만일 합병이 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시세가 형성됐을 것"이라며 "삼성물산의 주력부문인 건설업종 주가가 27%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지금보다 주가가 더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을 둘러싸고 당시 여러 변수가 내재돼 있었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국민연금이 작년 7월10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한 의사결정을 위해 개최한 투자위원회에서는 적정 합병비율과 주가흐름, 시너지효과 등을 놓고 찬반양론이 엇갈렸다.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이 제일모직 4.8%, 삼성물산 11.2%의 지분을 둘 다 보유하고 있었고 당시 주식평가액이 각각 1조2천200억원, 1조1천800억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어서 뚜렷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해석했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15조원을 포함해 삼성그룹 지분 22조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었다"면서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 합병이 그룹 지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삼성을 거세게 공격하던 시점이어서 합병이 무산될 경우 엘리엇이 삼성물산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좌우하게 될 상황까지도 감안해야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국민연금 입장에서 그룹 전체지분의 안정성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당시 국민연금이 합병 성사에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었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반론이 제기된다.

주주구성상으로는 개인주주가 22%로 국민연금 지분율의 2배에 달했고 개인주주는 55%가 주총에 출석해 84%가 합병에 찬성했다.

또 ISS, 지배구조원 등 의결권 자문사와는 달리 22개 증권사 리서치센터 중 절대다수인 21개사는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