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1월10일 오전 11시10분

아주그룹이 매각을 추진했던 주력 계열사 아주캐피탈을 ‘울며 겨자 먹기’로 끌고가고 있다. 성장성 악화 우려로 두 차례 매물로 내놨지만 인수자를 찾지 못해서다. 아주그룹은 아주캐피탈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구조 재편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신용등급 하락 등 악재가 난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마켓인사이트] 매각 실패 후 '계륵'된 아주캐피탈…중고차 금융 등 체질개선 통할까
◆조달비용 느는 아주캐피탈

아주그룹 관계자는 17일 “아주캐피탈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신차금융 위주의 사업구조를 바꿔 수익성 높은 중고차와 렌터카, 나아가 개인금융과 기업금융 분야로 특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그룹은 지난달 아주캐피탈 매각을 철회한 뒤 신임 대표로 오화경 아주저축은행 부사장을 내정해 회사 구조조정의 지휘봉을 맡겼다. 매각 무산에 따른 고육지책이라는 평가다.

아주그룹은 2014년에 이어 올해도 6월부터 아주캐피탈 매각을 추진했다. 올해는 미래에셋캐피탈 아프로서비스그룹 등이 인수 후보로 나섰으나 조건 차이 등으로 인수 의사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그룹 관계자는 “당초 아주캐피탈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매각을 시도한 것”이라며 “마땅한 인수 후보자가 없었기 때문에 매각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자산 기준 캐피털업계 6위인 아주캐피탈은 외형상으로는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업이익은 2013년 개별 재무제표 기준 200억원에서 2014년 330억원, 2015년 409억원으로 2년 새 두 배로 늘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그룹 측은 보고 있다.

아주캐피탈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고객에게 대출해주는 여신전문 금융회사다. 신용등급이 높은 대기업 계열 캐피털사에 비해 높은 조달금리를 물고 있다는 게 문제다.

조달금리 격차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 캐피털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존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 계열사로 자금이 몰려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아주캐피탈의 지난해 말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대기업 계열사에 비해 0.63%포인트 높았지만 17일에는 1.24%포인트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조원을 조달하면 대기업 계열사에 비해 연간 100억원의 비용을 더 들여야 하는 셈이다.

신용평가회사들은 아주캐피탈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16일 아주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내렸다. 정문영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 기반이 축소되고 있다”고 조정 이유를 밝혔다.

◆연관 사업으로 측면 지원

아주그룹은 연관 사업 진출로 아주캐피탈을 측면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달 그룹 미래전략실 산하에 사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NEST를 설립했다. 소비자 간 중고차 거래를 연결해주는 개인 간 거래(P2P) 플랫폼이 주요 사업이다. 중고차 P2P 서비스를 통해 아주캐피탈의 중고차 금융사업과 시너지를 올린다는 복안이다.

지난달에는 스타트업에 사무실을 빌려주는 서비스기업 스파크플러스를 스타트업 육성기업인 스파크랩과 함께 세웠다. 스파크플러스를 통해 네트워크를 쌓은 스타트업들과 아주캐피탈을 연결해 기업금융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