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정국 불안이 지속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화 강세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엑서더스'(대탈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11월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6천279억원에 달하는 한국 주식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3천633억원), 한국전력(-1천759억원), SK하이닉스(-1천148억원), KB금융(-1천36억원), KT&G(-878억원), NAVER(-853억원) 등이 이 기간 매도 상위 종목에 올랐다.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지난 11일 4천495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3천339억원어치에 달하는 등 최근 매도 강도가 만만치 않다.

이는 이른바 '트럼프 쇼크'로 인한 원/달러 환율 급등(원화가치 하락)과 관련이 크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70원대마저 돌파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지속했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9∼11일 사흘 간 29.8원 급등했다.

원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 약세의 주된 원인은 트럼프 쇼크에 의한 달러화 강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에 따른 신흥국 수출 감소 우려 등이 신흥국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미국의 보호무역정책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때까지 달러화 강세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는 비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떨어뜨려 한국 주식 등 신흥시장에서 외국인의 이탈을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

원/달러 환율의 급등은 외국인의 환차손 우려도 키운다는 점에서 외국인 자금의 이탈세를 부추긴다.

내달 13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국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다가올수록 외국인 수급 부담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12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릴 경우 국내에서는 외국 자본의 추가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저금리 정책을 비판해 왔다"며 "트럼프의 관세 부과 및 인프라 확대 공약이 미국의 물가 및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란 예상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다만 추가적인 달러화 강세는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 실행 가능성을 토대로 구체화되는 과정을 거치며 불확실성이 가라앉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공약한 트럼프 정책과 달러화 강세 지속은 공존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미국 대선 레이스 과정에서 불거진 과격한 발언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내부적으로는 최순실 게이트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는 점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르·K스포츠 등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대기업들이 검찰 수사에 직면한 것도 대형주 투자심리에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기관투자자는 이날까지 11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지속하며 수급의 버팀목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 기간 기관투자가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3천억원어치 이상을 사들였다.

특히 단기 매매패턴을 보이는 금융투자(증권사 자기자본 매매) 쪽의 매수세가 강력하다.

포트폴리오상 국내주식 목표 비중(20%)을 채우기 위한 국민연금 등의 매수세 확대도 기대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