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과열종목 다음날 거래 제한
내년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비정상적으로 공매도 거래가 몰려 주가가 급락한 종목은 ‘공매도 과열 종목’으로 지정돼 다음날 하루 동안 공매도 거래가 정지된다. 또 유상증자를 발표한 기업을 공매도한 뒤 해당 종목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또 최근 늑장 공시로 물의를 빚은 ‘한미약품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계약 등에 대한 공시 시한이 ‘당일 오후 6시’ 또는 ‘다음날 오전 7시20분’으로 앞당겨진다.

금융위원회는 1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매도 및 공시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 중 눈에 띄는 대목은 내년부터 신설되는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도’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당일 공매도 거래 비중이 해당 종목 전체 거래대금의 20% 이상 △당일 종가가 전일 종가 대비 5% 이상 하락 △공매도 거래 비중이 과거 40거래일 평균 대비 100% 이상 증가 등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자동으로 지정된다. 이 종목은 다음날 공매도 거래가 금지된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 해당 주식을 빌려 미리 판 뒤 싼값에 주식을 되사 갚아 차익을 내는 거래 방식이다. 박민우 금융위 자본시장 과장은 “최근 1년간 유가증권시장을 살펴본 결과 6일에 한 종목꼴로 해당 종목이 나온다”며 “일반 투자자들의 매수·매도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또 일반 투자자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종목을 공매도한 기관·개인투자자는 해당 종목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법적인 규제 방안도 마련했다. 유상증자 공시일로부터 발행가격 결정일 사이에 해당 종목을 공매도한 투자자가 해당한다. 그동안 현대상선 등 일부 종목에서 공매도 거래로 증자 기준 가격을 낮춰 놓은 뒤 해당 증자에 참여해 과도한 차익을 얻는 사례가 있어 관련 규정이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또한 공매도한 상태에서 이를 밝히지 않고 주식을 매도하는 행위도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행위로 규정하는 법령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반하면 일반 과태료 처분과 달리 별도의 엄격한 처벌 기준도 적용하기로 했다. 공매도 잔액 보고와 공시기한도 기존 ‘3거래일’에서 ‘2거래일’로 단축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한미약품 사태로 논란이 된 기술이전계약 등 중요 사항에 대한 공시의무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연말까지 거래소 공시규정을 개정해 ‘기술이전·도입·제휴계약’과 ‘특허권 취득 및 양수·도’에 관한 공시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지금은 이런 계약이나 양수·도 등은 자율공시 사항으로 돼 있다.

기업이 기존 공시를 정정할 때 요구하는 공시기한도 ‘다음날’에서 ‘당일’로 줄어든다. 지금은 사유가 발생한 다음날 오후 6시까지 정정공시를 하면 되지만 내년부터는 당일 오후 6시까지 공시해야 한다. 밤늦게 사유가 발생하는 등 예외적인 상황에서도 다음날 오전 7시20분까지 공시를 완료해야 한다. 또 앞으로 모든 공시위반 제재금은 기존보다 다섯 배 상향 조정된다. 유가증권 상장사는 현행 2억원에서 10억원으로, 코스닥 상장사는 1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아진다.

안상미/이유정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