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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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항공주들이 저유가(유류비 절감)와 여객 호조에 힘입어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실적과 달리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내부적 요인이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실적 외 기업을 둘러싼 여러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 항공주, 실적 고공행진

대한항공은 지난 3분기 447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는 작년 동기와 비교할 때 34.9% 증가한 수준이자 역대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3조567억원으로 4.7% 늘어났다. 저유가와 여객 호조, 낮은 환율 등 긍정적인 대외 환경 효과를 톡톡히 봤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인한 기저 효과도 실적을 끌어올린 주요인 중 하나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3분기 영업이익 1516억원, 매출 1조5554억원을 거두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101억원까지 밀려난 것을 감안하면 개선폭이 크다. 전 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은 각각 287억원, 1조3744억원에 불과했다.

다음주 초 3분기 실적을 내놓을 예정인 제주항공도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전날 기준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영업이익은 355억원, 매출은 2090억원이다. 작년 영업이익(514억원) 중 약 68.0%를 한 분기 만에 달성하는 것이다.

신민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항공업은 긍정적인 대외 변수와 내국인 출국자 수 증가에 힘입어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라며 "내년 전체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약 6.7%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실적 개선 무색한 주가…"내부적 요인 살펴야"

이처럼 항공주가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주가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최근 한 달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은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내부적인 요인에 발목을 잡혀 있다고 판단했다.

노상원 동부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높은 부채 비율이 부담 요인으로 남아있다"며 "앞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3분기 기준 부채가 20조593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917%에 달한다. 지난 6월 말(1109%)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자본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대한항공의 미상환 회사채 중 약 9400억원은 부채 비율이 1000%를 넘을 경우 즉시 갚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내 발행할 계획이던 3억달러(약 34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도 무산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타이어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란 불확실성이 남아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타이어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며 "내년 1월 본입찰이 진행될 때까지 불확성이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익 개선만 바라보고 투자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다.

또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1662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유입 자금이 500억원에 그치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작년 이맘때 상장한 뒤 내놓은 실적 마다 컨센서스를 밑돌아 기대감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제주항공은 지난 2분기 영업이익 6억원, 매출 1621억원을 거뒀다. 이는 추정치인 영업이익 16억원과 매출 1622억원을 각각 62.5%, 0.06% 가량 밑돈 것이다. 1분기 영업이익은 156억원으로 컨센서스(170억원)에 약 8.23% 못 미쳤다. 매출의 경우 1731억원을 기록해 추정치(1684억원)을 소폭 웃돌았다.

노 연구원은 "그동안 실적이 항상 컨센서스에 못 미치면서 투자자들이 기대감을 많이 낮췄다"며 "최근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남은 4분기 실적 우려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6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호텔 사업이 규모에 걸맞은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확인이 필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혔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