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9일 코스피지수는 1950대로 추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의 증시·외환 시세판 앞에서 한 직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투자 자료를 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9일 코스피지수는 1950대로 추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급등했다.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의 증시·외환 시세판 앞에서 한 직원이 심각한 표정으로 투자 자료를 보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나 올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결정에 비견될 만한 충격이었다. 2000선을 웃돌던 코스피지수는 순식간에 1930선까지 위협받았고 코스닥지수는 장중 9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각종 돌출발언을 일삼고 과격한 통상정책을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증시 불확실성이 최고조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수출주에 큰 타격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미국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에 편승해 오전 10시12분께 전일 대비 0.59% 상승한 2015.13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11시께부터 출렁이기 시작했다. 미국 대선의 향배를 결정할 경합주로 꼽혔던 플로리다와 뉴햄프셔, 오하이오주 등에서 당초 예상과 달리 트럼프 후보가 우세를 보이면서다.

코스피지수는 10시57분에서 11시2분 사이 5분 만에 2003.77에서 1987.06으로 급전직하했다. 이후 공포심리가 확산되면서 투매물량이 쏟아졌고 이후 지수는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 트럼프 후보 당선이 유력해진 오후 2시6분에는 1931.07까지 밀렸다. 이날 하루 지수 고점 대비 저점 간 낙폭은 84.06포인트에 달했다.
[미국의 선택 트럼프] 코스피 장중 84P '폭락'…코스닥은 9년 만에 최대 낙폭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변동성지수는 이날 16.59% 폭등한 19.26에 마감하며 브렉시트 당시인 6월24일(22.53)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주가가 오른 것은 아모레퍼시픽(1.12%)을 비롯해 14개 종목에 불과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특성상 주요 수출주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클린턴 수혜주’로 분류되던 한화케미칼이 12.14% 급락한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2.92%) 현대자동차(-3.25%) SK하이닉스(-4.46%) 포스코(-4.54%) 기아자동차(-3.86%) 등의 낙폭이 컸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이 그대로 이행될 경우 한국의 대미·대중 수출이 모두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코스피지수는 단기적으로 5%가량 추가 조정을 받아 1900선까지 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당선자가 시장을 안정시키는 발언을 내놓지 않는다면 앞으로 증시가 L자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대선 기간에 미국 중앙은행(Fed)의 양적완화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던 까닭에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증시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트럼프 당선자는 “Fed가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오바마 정부를 ‘좋은 정부’로 보이도록 하는 정치적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해 왔다”며 “미국 경제에 크고 추악한 거품이 끼도록 한 재닛 옐런 Fed 의장을 경질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채권금리도 급락

중소형주 중심으로 구성된 코스닥시장에 가해진 충격은 더욱 컸다. ‘트럼프 쇼크’의 불확실성이 성장성을 중시하는 중소형주들에 대한 투자심리를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장 초반 627.02까지 치솟았던 코스닥지수는 트럼프 우세로 개표가 진행되자 한때 581.64로 밀렸다. 한때 전 거래일 종가 대비 낙폭이 42.55포인트로 2007년 8월16일(-77.85포인트) 이후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은 일제히 상승(채권 금리 하락)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31%포인트,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23%포인트 내렸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장중 0.1%포인트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김동욱/하헌형/김진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