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쇼크] "금융시장, 단기 충격 불가피…금리인상 지연될 수도"
9일 미국 45대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트럼프 충격'에 휩싸였다.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3%와 -6% 이상 폭락 중이며 원·달러 환율은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주식시황 담당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경우 단기적으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재정정책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나쁠 건 없다"면서 "보유주식을 팔지 말고 보유하는 것이 유효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그간 시장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배팅한 탓에 쇼크성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코스피의 경우 1970선을 밑돌면 트레이딩 관점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수준인데 이는 곧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아닌 심리적인 충격에 시장이 매몰됐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어 "옵션만기일(10일)까지 다가오면서 수급 변수까지 겹친 시기"라며 "단기적으로 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2001~2008년 당시 공화당 출신의 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트럼프 후보의 재정정책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장에 나쁠 건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신흥국 증시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트럼프 후보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해서도 "가령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지 혹은 보복관세 등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이기 때문에 악재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S&P)500 기업 중 40% 정도가 해외에서 제품을 팔아 돈을 벌고 있다"면서 "오히려 미국이 강력한 보호무역을 시도하면 이른바 '외통수'에 몰릴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투자자들이 '셀 코리아(sell korea)'를 외치고 국내 주식시장에서 떠날 가능성 역시 낮다고 김 연구원은 판단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등에 대한 타깃이 신흥국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힐러리 후보의 당선 이후 시장이 대비해 온 것이 바로 미국의 '12월 금리인상'"이라며 "'트럼프 충격'으로 위험자산들이 급등락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