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모든 촉각이 글로벌 정치·경제환경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미국 대통령 선거로 향하고 있다. 정치·외교적으로는 고립주의,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를 공약으로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가 당선되면 각종 불확실성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증폭되면서 한국 증시도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승리할 땐 안도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2016 미국의 선택 한국 증시 향방은
◆‘D-데이’냐 ‘둠즈데이’냐

7일 코스피지수는 15.42포인트(0.78%) 오른 1997.43에 마감했다. 장중 2001.74까지 오르며 지수 2000선을 회복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 후보의 ‘이메일 스캔들’에 면죄부(불기소 권고) 결정을 재확인하면서 ‘트럼프 리스크’가 줄었다고 판단한 시장이 호의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올해뿐만 아니라 통상 미국 대선은 한국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의 정책 결정권자가 바뀌는 것은 변동성이 커지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1996년 이후 치러진 다섯 번의 미국 대선이 있었던 해의 11월 평균 코스피지수 상승률은 0.3%로 1996~2012년 미국 대선이 없었던 해의 평균 코스피지수 상승률 3.7%에 크게 못 미쳤다.

초박빙으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선거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는 9일(한국시간)부터 시시각각으로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마다 시간대가 달라 시간대별 출구조사와 개표 결과를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며 “9일 오전 9시~9시30분에 최대 경합지역인 플로리다와 오하이오주 출구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시장이 크게 출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주식시장은 급락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트럼프 후보가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교체를 공언한 만큼 연내 미국 금리 인상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주요 국가와의 경제·외교적 마찰도 늘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신흥국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코스피지수가 얼마나 빠질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다”고 했다.

반대로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경우엔 단기적으론 ‘트럼프 리스크’ 해소에 따른 안도 랠리, 중장기적으론 미국 인프라 투자 확대 및 재정지출 기대에 따른 상승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이 트럼프 리스크로 조정받았던 까닭에 클린턴이 당선되면 한국 증시도 더 빠르게, 더 높이 치고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들썩이는 테마주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 증시에서도 희비가 엇갈리는 종목이 속출할 전망이다. 이날도 클린턴 후보에게 호재가 발생한 영향으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체 주가가 크게 올랐다. 국내 태양광주인 OCI가 8.23% 오른 것을 비롯해 한화케미칼이 5.95%, 신성솔라에너지가 8.4% 뛰었다. 풍력 에너지 관련주인 동국S&C는 17.46%, 씨에스윈드는 6.74% 올랐다. 클린턴 후보는 미국 내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50%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화석연료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SK이노베이션과 한국가스공사 등 전통적인 에너지업체들이 수혜를 볼 전망이다.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LIG넥스원, 한화테크윈 등 국내 방산주들이 단기적으로 혜택을 볼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김동욱/고은이/김진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