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은 일본에서 200억엔(약 2200억원) 규모의 엔화 표시 외화채권(사무라이 본드) 발행에 성공했다고 3일 발표했다. 공기업과 금융회사를 제외한 국내 민간기업이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한 것은 1996년 삼성전자 이후 20년 만에 처음이다. 만기는 3년, 발행 금리는 연 0.72%로 고정금리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엔화 약세(엔저) 탓에 사무라이 본드 발행을 꺼렸다. 사무라이 본드를 원화로 바꾸는 데 환전 비용이 들 뿐 아니라 엔화 약세로 원화 표시 자금조달액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 일본 기관투자가들이 통상 신용등급 A급 이상 회사채에만 투자하는 점도 국내 기업들의 사무라이 본드 발행이 쉽지 않은 이유다. 한화케미칼은 당초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였다. 하지만 지난 6월 일본 신용평가사 JCR로부터 A+를 받았다.

한화케미칼은 보수적인 일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석유화학 사업의 안정적 실적과 태양광 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평가받은 결과라고 자평했다. 한화케미칼은 사무라이 본드로 조달한 자금을 만기가 도래하는 국내 회사채 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국내에서 회사채를 발행했다면 발행금리가 연 2%대 정도 됐을 것”이라며 “사무라이 본드 발행으로 이자 비용을 낮출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