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무덤(?)' 공매도①] 외국인·기관의 전유물…개인만 '속수무책'
'개미들의 무덤(?)' 공매도.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주가하락의 주범'으로 내몰고 있다. 증권 기사에는 '공매도가 있는 한 주식시장에서 개미들은 계속 피만 빨릴 것이다', '공매도 때문에 화가 나서 주식 투자 그만두려 한다', '테마주 조사? 공매도나 폐지해라' 등 기사의 내용과 관계없이 공매도를 성토하는 댓글이 달린다.

주가에 하락 압력만 줄 것 같은 공매도도 상승 시는 급격한 환매수(쇼트커버링)로 주가를 급등시키는 등 순기능도 갖고 있다. 하지만 개미들의 원성이 커지면서 국회도 공매도를 규제하는 각종 법안을 내놓고 있다. 한경닷컴은 한국 증시에서의 공매도 현황, 기관투자자 입장,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등을 모색해 봤다. [편집자주]


한미약품 사태로 공매도 제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매도가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를 양상하는 '개미 무덤'이라는 주장들이 나오면서, 정치권에서도 각종 공매도 규제안을 발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주식을 빌려 먼저 팔고, 주가 하락시 이 주식을 되사서 갚아 수익을 내는 투자기법이다. 어떤 종목을 빌려서 1000원에 팔고, 900원에서 사서 갚으면 수수료 등을 제외하고 100원의 이익이 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에서는 공매도가 외국인과 기관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과 기관의 놀이터인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은 '먹잇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지난 9월 발생한 한미약품 사태는 외국인과 기관이 공매도를 통해 개미를 잡아먹는 과정을 여실히 보여줬다.

◆ 개미를 '지옥'으로 끌고 간 한미약품 공매도

지난 9월30일 개장 후 한미약품 주가는 5%대의 급등세를 보였다. 전날 장 마감 후 한미약품이 미국 제넨텍과 1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는 대형 호재를 공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호재를 믿고 한미약품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들은 30분이 채 되지 않아 충격에 빠졌다.

이날 오전 9시29분 한미약품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이 지난해 7월 맺은 85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돌발 악재에 한미약품의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섰고, 18% 급락한 50만80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장중 최고가인 65만4000원에 한미약품 주식을 샀다면 하루에만 23.24%의 손해를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대규모 공매도로 오히려 이득을 봤다. 이날 한미약품에는 전날의 10배가 넘는 10만4327주의 공매도가 나왔다. 특히 악재 공시가 나오기 전인 오전 9시부터 9시30분까지 이날 공매도의 절반 가량인 5만566주가 쏟아졌다. 공매도의 주체는 기관 3만9490주, 외국인 9340주, 개인 1736주로 기관과 외국인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악재 공시 전에 공매도가 집중됐다는 점에서 정보 유출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정보 유출이 사실이라면 이 정보를 공매도에 가장 잘 이용한 주체는 기관과 외국인이었다.

◆ 유상증자도 공매도 '먹잇감'

유상증자를 결정한 종목들도 공매도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7월20일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공매도에 시달렸다. 대규모 유상증자로 주가 하락이 예상한 세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익을 보는 구조는 이렇다. 한화투자증권 주식을 우선 공매도한 뒤, 유상증자에 참여해 할인된 가격에 신주를 받아 빌린 주식을 갚는 것이다. 유상증자를 공시한 7월20일 한화투자증권의 종가는 2935원이었고, 신주 발행가격은 2245원으로 정해졌다. 이날 종가에서 팔고, 신주로 갚으면 690원의 차액이 생긴다.

한화투자증권이 유상증자를 공시한 7월20일부터 신주 상장 전날인 10월6일까지 전체 거래량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일평균 비중은 11.53%였다. 올 들어 7월19일까지의 10.69%보다 높았다.

이 기간 한화투자증권 공매도에 참여한 주요 주체도 기관과 외국인이었다. 7월20일부터 10월6일까지 외국인의 한화투자증권 주식 차입 비중은 전체의 35.72%, 기관은 64.25%에 달했다. 개인은0.03%에 그쳤다.

한국은 주식을 빌린(차입) 뒤 파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다. 공매도에 앞서 주식 차입이 선행되기 때문에 차입 비중은 공매도 비중과 연결된다.

한화투자증권의 주가는 유상증자 결정 이후 신주 상장 전날까지 19.79% 급락했다. 개인의 낮은 비중을 감안하면 일부 외국인과 기관은 공매도로 한화투자증권 주가 하락을 수익으로 연결했지만, 개인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 개인, 관리종목 공매도에는 '속수무책'

지난 6월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현대상선에도 공매도가 쏟아졌다. 그러나 개인들은 공매도에 나설 수 없었다.

현대상선이 관리종목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이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신용거래 대주를 통해 주식을 차입해야 한다. 그런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개인의 신용거래가 불가능하다.

지난 6월7일 장 마감 후 현대상선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다음 거래일인 6월8일부터 신주 상장 전날인 8월4일까지 외국인의 주식 차입이 47.4%, 기관은 52.6%였다. 개인의 차입은 단 1주도 없었다.

기관과 외국인은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올릴 기회가 있었지만, 관리종목인 현대상선에서 개인의 자리는 없었다.

개인이 소외된 현재의 시장에서는 공매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2015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의 주식 차입 비중은 0.04%에 불과했다. 2016년 들어 지난달 27일까지의 비중도 0.08%로 미미하다. 이에 비해 거래량 기준 개인의 유가증권시장 전체 거래비중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약 54%와 51%였다. 일반적인 주식 거래에서는 개인이 절반 이상 참여하고 있지만, 공매도 시장에서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시장의 비대칭성이 문제"라며 "한국은 미국 등과 달리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는데, 개인은 주식 차입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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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수/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