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26일 휘청거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3.28포인트(1.14%) 내린 2,013.89로 장을 마감하며 9거래일 만에 2,010선으로 밀려났다.

지수는 6.80포인트(0.33%) 내린 2,030.37로 출발해 곧바로 2,030선을 내준 뒤 장중 한때 2,002.29까지 밀리며 2,0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국내 증시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이 선물을 대량 매도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 1조6천168억원을 순매도했다.

선물 매도는 통상 향후의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을 경우 취하는 매매 포지션이다.

외국인은 현물 시장에서도 대형주 위주로 827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방 압력을 가했다.

코스닥도 4.66포인트(0.73%) 내린 635.51로 마쳐 닷새째 약세를 이어갔다.

이날 증시가 힘을 못 쓴 배경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국제유가 하락을 지목했다.

간밤 국제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계획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배럴당 5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국제유가 강세로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이어갔는데 유가에 대한 기대심리가 약해지면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3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한 가운데 그동안 많이 올랐던 소재와 산업재 등에서 차익 매물이 나온 것도 지수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

실제로 최근 실적 개선과 배당 기대감에 상승 흐름을 탔던 은행과 금융업이 각각 2.49%, 2.25% 내렸다.

철강금속(-0.91%), 건설(-2.67%), 화학(-0.96%) 등도 조정을 받았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이 발표된 종목 가운데 잘 나온 종목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예전과 다르게 예상보다 실적이 좋아도 다음 분기를 걱정해 팔고 있다"며 "시장 전체적으로는 긍정적인 환경이라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국정 개입 파문'이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악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상 국내 정치 스캔들은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 대통령과 직접 연관된 만큼 리스크(위험) 요인이라는 것이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경제성장에 대한 리스크 요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 사태는) 하루이틀 사이에 마무리될 문제가 아니어서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며 "기업의 장래 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씨씨에스(-12.18%), 휘닉스소재(-6.20%), 성문전자(-11.89%) 등 반기문 테마주가 일제히 하락했다.

그 반면에 우리들휴브레인(13.17%)과 안랩(6.18%)을 비롯한 문재인·안철수 테마주가 강세를 보이는 등 정치 테마주 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최순실 사태의 파장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여론이 나빠져 여당의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입지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약세를 보이는 코스피가 2,000선에서는 지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급 상황이 더 악화돼 2,000선을 이탈하더라도 곧바로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김대준 연구원은 "현 코스피 지수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으로, 2,000선에서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11월 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숨고르기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2,000선 전후에 중요한 지지 요인이 많다"며 "다만 돌발 변수가 많은 만큼 지지선에서 반등 시도가 나오더라도 강도나 폭은 체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재 팀장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빨리 마무리되고 펀더멘털(기초여건)을 훼손할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면 지수가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며 "그러나 정치적 불안 요인의 확산 여부에 따라서는 2,000선을 지키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