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23일 오후 4시50분

‘일본의 알리바바’로 불리는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이 현대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SBI홀딩스, 오릭스, J트러스트 등 일본 금융회사가 한국 저축은행 시장에 뛰어든 사례는 있지만 소비재 유통 기업이 국내 저축은행 시장 진출을 시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열린 현대증권 계열사인 현대저축은행 매각 예비입찰에서 일본 라쿠텐,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등 세 곳이 적격입찰자(쇼트리스트)에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라쿠텐은 구속력이 없는 입찰 가격으로 2000억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 후보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인수 후보들은 예비실사를 벌이고 있다.

매각주관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다음달께 본입찰을 한 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저축은행은 현대증권의 100% 자회사다. KB금융이 현대증권을 인수하면서 손자회사로 편입됐다. KB금융 측은 KB저축은행을 보유하고 있어 영업망이 겹치는 현대저축은행 매각에 나선 상태다.

인수전에 뛰어든 일본 라쿠텐은 현지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 운영업체다. 은행원 출신인 미키타니 히로시 회장이 1997년 설립한 회사로 2000년 일본 증시인 자스닥에 상장했다. 이후 회사는 활발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확장해왔다. 캐나다 전자책 서비스 기업 코보, 일본 프로축구단 빗셀 고베 등이 대표적이다.

라쿠텐은 현지 인터넷전문은행인 ‘라쿠텐은행’도 보유하고 있다. 라쿠텐의 쇼핑몰에서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회원은 약 9000만명 수준이다. 라쿠텐은행은 이 같은 기존 고객의 구매 명세서를 분석해 적합한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시스템으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일본계 자본은 현재 국내 저축은행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한 SBI저축은행(4조7088억원)은 압도적인 자산 규모 1위 회사다. JT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을 보유한 J트러스트는 최근 부산 DH저축은행까지 인수해 빠른 속도로 자산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인터파크가 인터넷전문은행 등 금융사업 진출을 추진했듯, 일본 라쿠텐 역시 금융과 전자상거래의 시너지를 잘 알고 있는 회사”라며 “라쿠텐으로서는 개인여신비율이 높은 현대저축은행이 무척 매력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태호/이지훈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