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은 주식과 달리 채권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갈수록 낮아지는 이자에 실망해 고위험 채권만 찾다 낭패를 보거나 익숙한 정기예금으로 눈을 돌렸다. 최근 수년간 계속된 채권시장의 역사적인 고수익 ‘잔치’에 개인들이 참여하지 못한 이유다. 시장 금리가 낮아질수록 가격이 상승하는 채권의 매력을 인식하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전문가들은 경기 전망이 어둡고 시장 금리가 낮은 때일수록 이자에 연연하지 말고 우량 회사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채권가격 변동을 노려 투자할 경우 주식 못지않은 자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투자 어찌하오리까] (8) 신용등급 오를 '저평가 회사채' 찾아라
◆주식처럼 ‘좋아질 기업’ 골라야

21일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국내 전체 채권시장을 추종하는 한경-KIS-로이터 종합채권지수는 지난달 말까지 3년 동안 16.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2.2%)를 포함한 대다수 금융상품 수익률을 뛰어넘는다. 한국은행이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낮추면서 채권 ‘몸값’(가격)이 주식보다 많이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채권의 자본차익은 시장 금리가 하락하거나 발행 주체(정부나 기업)의 재무적인 체력이 강해질 때 커진다. 만기가 가까워져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

채권 투자에 따른 자본차익의 중요성은 이자 수입 감소로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투자 대상을 선택하는 방식도 바꿔놨다. 과거 ‘망하지 않는 기업’에서 주식처럼 ‘좋아질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한때 기관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노루페인트가 대표적이다. 작년 7월 액면 1만원당 연 334원의 이자 지급(액면금리 3.34%) 조건으로 발행한 채권은 현재 훨씬 높은 연 4.73% 수익을 올리고 있다. 신용등급 상승(BBB+에서 A-로)으로 액면 1만원짜리 채권이 1만244원으로 2.4% 올랐기 때문이다.

주식에 비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지 않은 것도 채권 투자의 장점이다. 신용등급이 상승 추세인 한일시멘트가 작년 3월 발행한 채권(액면금리 2.54%)을 산 투자자는 현재 액면 1만원당 약 1% 오른 1만98원의 자본차익을 인식하고 있다. 반면 주식 투자자는 시멘트 산업재편 관련 기대감 소진으로 원금의 절반에 달하는 손실(주당 17만원→8만원)을 냈다.

유영재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신용등급이 오를 만한 저평가된 회사채를 찾는 게 수익률을 올리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연말이 기회…“신용위기 경계해야”

다수의 채권 투자자들은 올 연말이 채권을 싸게 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가 반등(채권값 하락)하더라도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어두운 국내 경기 전망과 가계부채 탓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따라 올리긴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대다수 기관투자가는 10~11월 회계장부를 닫고 이듬해까지 매수 주문을 내지 않기 때문에 연말은 채권값이 상대적으로 싸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개인투자자는 증권사 영업점을 방문해 계좌만 개설하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주식처럼 손쉽게 채권을 사고팔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 ‘소액채권 판매정보집중시스템(www.bondmall.or.kr)’을 활용해 증권사 영업점에서 매수 가능한 채권을 조회할 수도 있다. 장내 직접투자는 싼 수수료 덕분에 영업점보다 유리한 가격에 매수할 수 있지만 종목이 다양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 투자는 자제해야 하다고 조언한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장은 “중기적으로 중국과 한국의 경기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수년 내 비우량 회사채 값이 크게 떨어지는 신용위기를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