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회사원 김동준(가명) 씨는 최근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는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에 쌈짓돈 100여만원을 투자했다.

주식 투자 경력이 어느덧 5년을 넘어서면서 코스피 지수가 언제 상승하고 하락할지 나름 예측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였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인버스 ETF는 코스피 지수와는 반대로 움직이는 상품으로, 하락장에 돈을 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

삼성자산운용이 출시한 'KODEX 인버스' ETF는 하루 거래량이 늘 코스피 종목 상위 10개 안에 들 정도다.

그런데 김 씨는 지난 14일 장 마감 후 자신이 보유한 인버스 ETF의 수익률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로 이날 코스피 지수가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150주 가까운 보유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 매수세와 삼성전자 주가의 반등으로 전날보다 0.36% 올랐다.

김 씨는 자신의 인버스 ETF 수익률도 0.3% 정도 빠졌겠거니 했는데 전날 대비 실제 하락률은 0.58%나 됐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0.2%포인트 넘게 더 손실이 난 것이다.

이런 격차는 왜 발생하는 걸까.

이는 인버스 ETF가 코스피 지수가 아닌 코스피200 선물 지수를 역방향으로 -1배 만큼 움직이도록 설계됐기 때문이다.

시중 자산운용사 ETF사업본부장 A씨는 "선물과 현물의 등락 차이 때문에 실제 인버스 ETF와 코스피 지수의 수익률은 적은 폭이지만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때로는 코스피 지수와 인버스 ETF의 수익률 격차가 예상 괴리치보다 크게 벌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른바 '고수' 투자자들은 여기서 시장 심리를 읽는다고 한다.

가령 코스피 지수가 3% 빠진 날 특정 인버스 ETF가 소수점 한두 자리 차이가 아닌 4~5%대 상승률을 보였다면 이는 시장에서 코스피 지수의 추가 하락을 예상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시장 심리를 분석할 때 인버스 ETF와 코스피 지수와의 괴리율을 주시한다"며 "인버스 ETF의 종가 수익률이 코스피 지수의 하락률보다 훨씬 크게 나타났다면 증시 전망이 그만큼 안 좋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수를 순방향으로 따라가는 레버리지 ETF는 자산운용사마다 선물, 현물, 바스켓 등 사용하는 지수 비율이 천차만별인 만큼 인버스 ETF와는 다른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goriou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