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증자를 한 상장사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무상증자는 주가부양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가 있어 증자 이후 주가 희석 우려가 크지 않다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투자자와 일부 기관이 ‘무상증자 발표’ 종목을 테마주 공략하듯 집중 매수하면서 이상 급등 후 폭락 수순을 밟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무상증자에 들썩이는 주가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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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무상증자를 하겠다고 공시한 상장사는 10개에 이른다. 지난달 보광산업 베셀 KSS해운 등에 이어 이달 7일엔 반도체 유통업체 유니트론텍이 무상증자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유니트론텍은 주당 신주 2주를 배정하기로 해 발행주식 수가 331만주에서 993만주로 늘어날 예정이다.

무상증자가 발표되자 주가는 급등했다. 유니트론텍은 무상증자 발표 첫날 상한가(30.0%)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탔다. 이달 초만 해도 2만원대 초반을 오가던 주가가 4만1800원까지 치솟았다. 보광산업도 지난달 8일 무상증자 결정 후 1만2750원에서 72.5%(2만2000원) 뛰었다.

"무상증자 떴다"…무조건 뛰어드는 '무모한 개미들'
기업들이 무상증자를 하면 이익잉여금 중 준비금 항목에 있던 돈이 자본금으로 이동하게 된다. 더군다나 유통주식 수가 적은 기업은 무상증자를 하면 거래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발생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보광산업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회사의 발행주식 수는 약 1149만주에 달하지만 대주주(특수관계인 포함) 지분(69.6%)을 빼고 난 유통주식 수는 극히 부족하다. 그만큼 주가가 탄력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적었다.

실적 나쁘면 약발 없어

전문가들은 그러나 무상증자 후 매수세가 집중됐다가 다시 하락하는 ‘무상증자 테마주’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스몰캡 펀드매니저는 “지난해 시장을 이끌었던 제약이나 화장품주 같은 주도주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무상증자 발표 주식에 매수 수요가 급격히 쏠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기업 실적이나 재무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을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사전 정보 유출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석 달간 무상증자를 한 기업 가운데 일부 기업은 무상증자 직전 주가가 20~100%까지 올랐다. 한상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광산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증가율이 31.4%를 기록하는 등 유망한 기업임에는 틀림없다”면서도 “다만 6배 수준이던 주가수익비율(PER)이 순식간에 30배를 넘어가는 등 단기 과열 국면에 접어들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상증자 호재에도 불구하고 실적 부진으로 별다른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달 1일 주당 신주 1주를 배정하는 무상증자를 한 베셀의 주가는 당일(6970원)과 14일(6900원) 주가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베셀의 지난 2분기 영업이익은 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6% 하락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