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예측 전날 모회사 두산인프라코어 공매도량 사상 최대

두산밥캣 기업공개(IPO)를 위한 수요예측이 시작된 지난 6일을 전후해 모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가 공매도 세력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두산밥캣의 수요예측 실패를 미리 감지한 기관투자가들이 두산밥캣 지분 66.5%를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공매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 5일 공매도량이 상장 이래 최대치인 141만5천417주를 기록했다.

공매도 거래대금은 111억원 규모로 이날 거래량의 35.8%가 공매도 물량으로 집계됐다.

수요예측 마지막 날인 7일에도 두산인프라코어 공매도량은 106만주로, 당일 거래량의 19.4%를 차지했다.

수요예측은 공모주 청약을 정식으로 받기 전에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수요를 조사해 적정가격을 결정하는 단계를 말한다.

이 기간에 대표 주관사가 공모대상 기업의 공모희망 가격을 제시하고 기관투자가들의 선호가격 및 수요 물량 등을 파악한다.

두산인프라코어에 따르면 수요예측을 끝낸 시점은 한국시간으로 8일 새벽이었다.

이 때문에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들이 실패 분위기를 사전 감지하고 공매도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길용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수요예측 마지막 날에도 공매도 물량이 몰린 점은 한번 들여다볼 만한 미심쩍은 부분"이라며 "만약 수요예측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일부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모회사인 두산중공업도 수요예측 전날인 5일 공매도량이 33만9천268주로 상장 이래 최대치를 찍었다.

공매도 비중은 그날 두산중공업 주식거래량의 38% 수준에 달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이 애초 공모희망가(4만1천원~5만원) 이상으로 상장되면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종목이었기 때문에 상장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두산밥캣은 수요예측 단계에서 공모가가 기대 범위의 하한 수준인 4만1천원을 밑돌자 10일 상장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이 여파로 지난 5일 종가로 7천870원을 기록한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10일 7천200원으로 급락했다.

13일에는 6천940원까지 밀렸다.

일주일 사이(10월 5~13일)에 주가가 11.8%(930원) 떨어져 두산인프라코어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고 공매도 세력은 그만큼의 차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12일 두산인프라코어 주식의 공매도 평균가는 7천821원이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팔고 나서 주가가 하락하면 낮은 가격에 사서 빌린 주식을 갚아 차익을 챙기는 투자기법이다.

따라서 공매도 세력은 이 기간에 대략 주당 900원 가까운 평가익을 기록했다고 볼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요예측에 참여했던 기관들이 흥행 실패 분위기를 감지하고 공매도에 나섰다면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개인들은 불리한 상황에서 투자를 한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두산 측은 두산밥캣 상장연기 계획을 밝힌 지 사흘 만인 13일 오후 지난번 수요예측 결과 등을 반영해 공모 물량과 공모가를 조정해 공모절차를 다시 시작한다고 전격 공시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정 기자 khj9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