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규제는 세계적 추세…해외투자 확대로 '예방'하라"
“해외 투자를 늘리는 길밖에 없습니다.”

크리스토퍼 한론 맥쿼리인베스트먼트 보험전략부문 수석부사장(사진)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보험사들이 자산운용 전략을 전면 재조정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론 부사장이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국제보험회계기준(IFRS4 2단계), 금융상품 국제회계기준(IFRS9) 도입 영향으로 국내 보험사 자산건전성 규제가 유럽의 ‘솔벤시Ⅱ’ 수준으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그는 “솔벤시Ⅱ가 도입되면 보험사가 주식에 투자할 경우 투자 자산의 40% 이상을 위험부담금으로 쌓아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선 지금부터 운용전략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론 부사장은 하트퍼드인베스트먼트에서 자산부채관리(ALM) 전문가로 26년간 경력을 쌓은 베테랑 보험전략가다. 그는 새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각 보험사가 장기 ALM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IFRS4 2단계는 보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해 부채 듀레이션(duration·가중평균잔존만기)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자산보다 부채의 만기가 길면 금리 하락 시 보험사의 부채 부담이 커진다. 한론 부사장은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가능한 한 일치시키는 것이 보험사들의 첫 번째 과제”라며 “동시에 저금리 환경을 극복할 고수익 투자 전략도 함께 짜야 한다”고 말했다.

한론 부사장이 제시한 해법은 해외 투자 확대다. 그는 국내외 장기 국고채 투자를 확대하는 한편 해외 우량 자산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량 해외 부동산 및 인프라 채권에 투자하면 수익률과 자산 듀레이션 확대를 모두 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자산에 대한 지분 투자 비중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가 각 보험사 자산운용 전략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솔벤시Ⅱ 도입시기에 대해선 신중론을 폈다. 유럽이 IFRS를 도입하기 수년 전부터 정부와 보험사가 건전성 규제에 관해 논의한 것을 예로 들었다. 한론 부사장은 “솔벤시Ⅱ 도입은 업계에 큰 부담을 주는 만큼 한국 정책당국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