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주가 급등에 현대산업개발이 웃는 이유
라면 제조회사 삼양식품의 주가 급등에 건설회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표정 관리’ 중이다. 11년 전 ‘백기사’로 나서 대규모로 매입한 지분 가치가 최근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삼양식품은 5일 0.31% 오른 4만89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1년 최고가다. 올 들어 줄곧 2만원대에 머물던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76.85% 급등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삼양식품 지분 17.67%(133만1390주)를 가진 2대주주다. 외환위기 때 경영난을 겪던 삼양식품은 1998년 화의절차에 들어갔다. 7년 뒤인 2005년 채권단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양사의 인연은 시작됐다. 인수 자금이 모자랐던 삼양식품 대주주 일가를 도와 현대산업개발이 백기사로 나선 것. 현대산업개발은 2005년 1월 주당 약 6700원에 136만1610주(21.75%)를 사들였고 이듬해 1월 주당 6000원에 31만3000주(3.65%)를 더해 25.4%를 보유하게 됐다.

동향인 고(故)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삼양식품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은 서로 번갈아 강원도민 회장을 맡을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산업개발은 2008년과 2011년 세 차례에 걸쳐 지분 일부를 팔아 17.67%(6월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남은 지분의 가치는 651억원에 달한다. 11년 전 투입한 자금은 110억원가량이다. 이미 지분을 팔아 현금화한 것까지 합치면 6배 이상을 불린 셈이다.

삼양식품 주가가 특별한 호재나 새로운 소식이 없는 가운데 단기간 올라 향후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의 현저한 시황변동 관련 조회공시 답변에서 삼양식품은 “중요한 공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