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공매도
‘매도’라는 말은 부정적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다. 한자는 다르지만 사람을 매도한다고 해도 그렇고 주식 매도 역시 마찬가지다. 애널리스트들에게 ‘매도’가 사실상 금기어인 것은 잘 알려진 대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매도 리포트 비율은 0.1%를 맴돈다. 지난해부터 매도 리포트 비율을 공시하기로 해 최근에는 다소 높아졌지만 그래봐야 0.3~0.4% 정도다.

주가가 오르고 내리는 비율을 단순 계산으로 5 대 5라고 놓고 보면 애널리스트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하고 있는 셈이다. 주변에 ‘매도’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이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특정 기업 주식을 팔라고 했다간 해당 기업과는 원수가 된다. 그 주식을 갖고 있는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항의도 감당키 어렵다. 진실을 얘기했다간 큰일 나는 것이다.

공매도는 더하다. 보유 주식을 ‘매도’하라는 말도 꺼내기 힘든데 갖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는 거의 범죄행위 취급을 받기 일쑤다. 공매도 하면 ‘주가 급락’ ‘작전’ ‘시장교란’ 같은 말들이 따라다니는 것도 그래서다. 올초 일부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용으로 주식을 빌려주는 대차거래를 하지 않는 증권사로 계좌를 옮기자는 운동까지 벌였다. 공매도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몇 년 전 한 기업 CEO는 공매도 세력 때문에 회사 운영이 어렵다며 보유 주식을 모두 팔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모두가 ‘공매도=주가하락 주범’이라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오히려 상승장에서는 급격한 환매수로 주가급등을 불러오기도 한다. 물론 시장에서 팔자(매도)가 사자(매수)보다 많으면 주가는 내린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매도에는 공매도뿐 아니라 보유 주식 매도도 포함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공매도를 규제하려면 일반 주식투자자들의 주식 매도 역시 제한하는 게 논리적이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이 새로운 공매도 규제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매도 기한을 60일로 제한하고 이를 넘기면 강제로 환매수토록 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주가가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데 60일 내로 의무적으로 되사라는 게 말이 되나. 사실상 공매도를 금지하자는 주장이다. 규제론자들은 환영할지 모르지만 주가는 왜곡돼 기업 가치를 정확하게 반영하기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주식투자는 파는 예술”이라고 한다. 그런데 제대로 팔지 못하게 하는 증시가 과연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인가.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