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1조원대 기술수출 계약을 또 다시 이뤄내며 신약개발 역량을 증명했다. 증권가는 한미약품의 황제주 등극을 전망하고 있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30일 "지난해 3월 일라이릴리를 시작으로 전날 제넨텍까지 5번의 대규모 기술수출로 한미약품은 신약개발 능력을 입증했다"며 "매년 수천억원씩 유입될 기술료로 인수합병(M&A) 및 신규 후보물질 도입 등 다양한 활동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섯 차례에 걸친 한미약품의 대규모 기술수출 총 금액은 8조6000억원에 달한다. 확정적으로 유입 혹은 유입 예정인 계약금만 8700억원 규모다. 이는 한미약품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쓴 연구개발 비용 8200억원을 웃돈다.

한미약품은 전날 미국 제넨텍과 경구용 표적항암제 'HM95573'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금 8000만달러(약 880억원)와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8억3000만달러(약 9120억원) 등 총 1조원 규모 계약이다. 판매시 매출의 10% 이상 경상기술료(로열티)도 별도로 받게 된다.

계약금은 한미사이언스와의 수익 배분을 감안해 70% 수준인 약 620억원이 4분기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임상1상을 진행 중인 HM95573이 1조원에 팔린 것은 기존 RAF 저해제와 다른 적응증 확장 가능성 때문이란 분석이다. 암세포 증식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인 RAF를 저해하는 기전의 항암제는 현재 간암과 흑색종 치료에 쓰인다. HM95573은 고형암에서 나타나는 RAS 변이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제넨텍의 모회사인 로슈가 보유한 RAF 저해제 '젤보라프'의 지난해 매출이 2500억원 규모에 그침에 따라, 추가적인 약이 필요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KTB투자증권은 5건의 대규모 기술수출로 한미약품에 앞으로 20년간 연평균 3800억원 규모의 마일스톤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현대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각각 122만원과 109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밖에 하이투자증권(목표주가 110만원)과 대신증권(100만원)도 한미약품 주식을 100만원 이상의 황제주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약품의 이번 성과는 제약바이오 업종 투자심리도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소식으로 인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신약후보물질이 재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개발 이벤트 지연으로 제약업종지수는 지난 6월 고점 대비 20%나 하락했으나, 이번 기술이전은 업종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