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속에서 주식과 채권 성격을 모두 지닌 메자닌 투자상품(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이 각광받고 있지만 공모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해외에서 발행된 전환사채(CB) 펀드의 경우 설정액(투자자들이 맡긴 원금)이 연초 대비 50%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올 들어 700억원 넘게 자금이탈

공모CB펀드 설정액 올들어 '반토막'
28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형 글로벌전환사채펀드 설정액은 726억원으로 집계됐다. 연초 1420억원이던 설정액이 9개월여 만에 반토막 났다. ‘도이치글로벌전환사채’(241억원) ‘JP모간글로벌전환사채’(197억원) ‘KB롬바드오디에글로벌전환사채’(167억원) 등에서 집중적으로 자금이 빠져나갔다.

CB는 증시가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때 인기를 끄는 상품이다. 증시가 불안할 때도 연 2~3% 안팎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주가가 오르면 채권을 주식으로 바꿔 매매차익을 노리고, 떨어져도 채권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국내에선 2013년부터 글로벌 CB펀드가 인기를 끌었다. 글로벌 CB펀드의 효시로 불리는 ‘도이치글로벌전환사채펀드’가 15%의 수익률을 내며 인기몰이를 하자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엇비슷한 구조의 펀드를 잇따라 내놓았다.

글로벌 CB펀드의 수익률이 고꾸라진 것은 올해 들어서다. 연초 이후 28일까지 평균 수익률이 -1.26%에 불과하다. 정상우 KB자산운용 해외채권 운용팀 매니저는 “지난 2월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주식에 연동되는 글로벌 전환사채 가격도 크게 빠졌다”며 “주식시장은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CB 몸값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근배 멀티에셋자산운용 글로벌CB팀장은 “사모펀드들은 자유롭게 CB를 선별해 담고 시장 상황에 따라 헤지(위험회피)를 할 수 있지만 공모펀드들은 이 작업이 쉽지 않다”며 “비교적 안전한 전환사채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꾸린 CB펀드는 미국 증시 상승 탓에 가격 부담이 높고 연말까지 추가상승 여력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론 나쁘지 않은 선택”

사모 시장 분위기는 다르다. 공모 펀드에 비해 월등한 수익률을 기록 중인 일부 상품으로 시중 자금이 조금씩이나마 들어오고 있다는 설명이다. ‘KB메자닌사모2’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0.17%에 이른다. 메자닌 시장이 구조적으로 무너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CB펀드 수익률이 주춤하지만 중장기으론 나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미국 경기가 꾸준히 회복된다면 수익률도 개선될 것이란 분석이다. 정상우 매니저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CB 시장에 악재이지만 속도도 느리고 완만할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금리 인상을 미국 경기 회복의 신호로 간주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 CB 가격도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