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영 키움증권 수석연구위원은 12일 국내 증시 급락과 관련해 새로운 글로벌 악재가 부각한 것이 아닌 차익 실현 매물에 따른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주말 미국 증시에서 금융주와 반도체주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전 9시58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6% 떨어진 2010.15를 나타내고 있다. 지수는 장중 1% 후반대까지 떨어져 2000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서 연구위원은 "코스피지수 하락은 미국 금리 인상 우려나 국제유가 하락과 같은 글로벌 이슈에 영향받은 것이 아니다"며 "단순히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는 이미 증시에 대부분 반영됐고 9월 인상 가능성이 높지도 않다"며 "국제유가 하락도 시장이 예상하던 수준이어서 큰 악재가 아니다"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오히려 지난 9일 미국 증시에서 금융주와 반도체주가 급락한 것에 주목했다.

금융주는 웰스파고 은행 사태를 계기로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가 번지며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웰스파고가 2.37% 밀렸고 골드만삭스도 1.37% 떨어졌다.

반도체주는 과매수 구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며 급락했다. 마이크론과 퀄컴이 3% 이상씩 하락했고 AMD는 신주 발행 소식으로 5% 넘게 밀렸다.

이밖에 페이스북(2.43%), 애플(2.27%), 알파벳(1.79%) 등 대형 정보기술(IT)도 대부분 약세를 보였다.

서 연구원은 "반도체와 대형IT주는 미국 증시 상승을 견인했고 금융주는 지수를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며 "개별 업종에서의 이같은 차익 실현 매물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 증시를 주도하는 것 역시 반도체와 금융주"라며 "금융주의 경우 단기 하락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반면 반도체와 IT는 조정이 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5% 넘게 급락한 것을 비롯해 SK하이닉스네이버, 삼성에스디에스, LG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이 각각 1~5%씩 주저앉았다. 삼성전자와 관련 부품주는 갤럭시노트7 사태가 다시 악화하며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서 연구원은 "13일 나오는 중국의 광공업생산, 소매 판매 등 주요 경제 지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지표가 양호하게 나올 경우 국내 증시도 이에 힘입어 2030p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민경 한경닷컴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