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배터리 결함이 드러난 갤럭시노트7을 리콜하기로 결정하고서 첫 거래일인 5일 주가가 오히려 오름세로 마감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리콜 결정에 대해 단기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지만 소비자 신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배터리를 공급한 삼성SDI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약세 흐름을 이어갔지만 일부 다른 휴대폰 부품업체들은 반사이익 기대감에 소폭 강세였다.

◇ 삼성전자 강보합 마감…고공행진 이어질까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0.56% 오른 160만6천원에 거래를 마감하며 사흘 만에 종가 기준으로 160만원대를 회복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0.44% 내린 159만원에 출발했으나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오름세로 돌아섰다.

매수 상위 창구에는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CS 등 외국계 증권사가 자리잡았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이라는 '통 큰' 결정을 신속히 내린 것이 오히려 신뢰 회복으로 이어지며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일 갤럭시노트7의 일부 배터리에서 결함을 확인하고 지금까지 소비자와 사업자에게 판매한 250만대를 전량 새로 교환해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에서 1조2천억원의 감익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제품 이미지 훼손으로 갤노트7의 예상 판매 대수 역시 하향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2분기 깜짝 실적에 이은 3분기 실적 기대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고공행진하던 주가 흐름은 당분간 다소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에는 일단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스마트폰 판매량 타격, 영업이익 하향 조정, 이미지 손실 등 복합적인 유·무형의 손실이 반영되면서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리콜 결정이 삼성전자의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실적에 일시적인 악영향을 미치겠지만 이후 실적 회복이 예상되고 1982년 제품 전량 리콜 결정을 내린 존슨 앤드 존슨의 사례처럼 소비자 신뢰 회복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갤럭시노트7의 리콜로 삼성전자 주가는 단기적으로 10% 하향 조정이 예상된다"면서도 "TV, 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 비중 확대로 내년 전체 영업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 하락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 휴대폰부품株 엇갈려…SDI↓·LG이노텍 등↑

다만 이번에 결함이 드러난 배터리의 대부분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SDI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날 삼성SDI는 전 거래일보다 2.76% 내린 10만5천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 문제가 불거진 후인 지난달 26일부터 내리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SDI는 리콜 비용 분담, 일시적인 점유율 하락 등으로 부정적인 영향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휴대폰 배터리 사고로 인한 리콜 때 배터리 업체가 대당 30∼50달러를 지불한 선례가 있다"며 "이를 적용한다면 삼성SDI가 분담하는 금액은 1천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혁 연구원은 "갤노트7의 예상 판매대수 하향조정으로 관련 배터리의 납품 실적이 줄어드는 효과까지 감안할 경우 삼성SDI는 3분기에 180억원의 영업이익 감익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과 중대형 전지의 수주 과정에서도 이번 배터리 폭발 이슈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기대를 모았던 중국 정부의 5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 심사가 미뤄진 점까지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삼성SDI 주가는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다른 휴대폰 부품업체들의 경우 영향이 제한적이거나 오히려 상대적으로 수혜를 누릴 수도 있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갤럭시노트7의 리콜을 위한 추가 부품 생산이 필요해진데다 조만간 출시될 아이폰7 등이 반사이익을 누리며 관련 부품 업체에 긍정적인 효과가 미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와이솔(3.41%), 아모텍(0.90%), 파트론(0.48%) 등 휴대폰 부품 관련주는 강세를 나타냈다.

김지산 연구원은 "발화 사건 이전에도 터치 방식 변경에 따른 디스플레이 수율 이슈로 병목 현상이 존재했고 부품 출하가 보수적으로 진행되던 상황"이라며 "통상 부품 재고를 2주에서 많게는 4주까지 보유하므로 이번 결정이 부품 업계의 생산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아이폰7과 LG전자의 V20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의 반사 수혜를 예상하는 시각도 있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7에 새로 탑재되는 기능인 듀얼카메라와 헤드셋 액세서리 관련 업체인 슈피겐코리아와 LG이노텍에 대해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슈피겐코리아와 LG이노텍 주가는 각각 4.26%, 4.49% 상승 마감했다.

이밖에 경쟁사인 LG전자도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3.11% 상승한 채 거래를 마쳤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