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3조~4조원 규모 신규 펀드 조성 작업(펀드레이징)에 착수했다. MBK가 투자금 유치에 성공하면 15조원 안팎의 자산을 운용하는 동북아 대표 PEF 운용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 크게보기
MBK, 4조 규모 4호 PEF 추진…동북아 대표 운용사 꿈꾼다
◆4만여명 ‘관리’하는 39명의 운용역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김병주 회장 등을 비롯한 MBK 경영진은 해외 펀드투자자(LP)를 대상으로 4호 펀드 투자금을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펀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3조~4조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본격적인 투자금 유치 활동은 이르면 올 연말부터 시작할 전망이다.

이런 상황은 MBK의 해외 LP들이 국내 LP에게 MBK의 과거 투자 실적 및 향후 전략 등에 대해 평판 조회를 하는 과정에서 국내에 알려졌다. MBK 측 관계자는 “60% 안팎인 3호 펀드 자금 소진율이 70%를 넘어서면 4호 펀드 조성 작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사전 마케팅 활동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2013년 26억7000만달러(약 3조원) 규모 3호 펀드를 조성한 지 약 3년 만에 새로운 펀드를 설립하는 것이다.

MBK가 4호 펀드 조성에 성공하면 운용자산 15조원 안팎의 동아시아 대표 PEF 운용사로 발돋움하게 된다. 2005년 설립된 MBK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지역의 대기업 경영권을 인수하는 바이아웃(경영권 매매) PEF 운용사를 표방하고 있다. MBK가 지난 3년간 국내에서 인수한 기업만 하더라도 ING생명(1조8000억원), 홈플러스(7조6800억원), 두산공작기계(1조3600억원) 등 총 10조8400억원(대출 포함)에 이른다.

MBK에 따르면 MBK 운용 인력은 39명에 불과하다. 이런 소수의 운용역이 총 24개 투자기업에 소속된 약 4만1000만명의 고용 인원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계 대형 PEF 운용사인 칼라일의 아시아 대표(회장) 출신인 김 회장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창업한 지 불과 11년 만에 거둔 성과다.

글로벌 저금리 환경에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의 성장률이 둔화하면서 대기업 바이아웃 거래가 늘어난 것이 MBK가 단기간에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4호 펀드 물주는 누가?

다만 국내 LP들은 MBK가 거둔 성과에 대해 다소 인색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MBK가 국내에서 투자금을 성공적으로 회수한 전례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서다. 4년 전 국내 대부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리파이낸싱(차환)을 했던 딜라이브(옛 씨앤앰) 인수금융(기업 인수 대출)에 대해 MBK가 지난 7월 워크아웃에 버금가는 채무재조정을 단행하면서 국내 금융권과 MBK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측면에서 MBK가 4호 펀드를 조성할 때 과거와 달리 국내에서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소극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연금, 지방행정공제회 등 MBK의 기존 국내 LP는 해외 LP 등이 평판 조회를 요청하는 것을 보고 MBK의 신규 펀드 추진 계획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투자 경쟁이 치열한 인수금융 부문에선 국내 LP의 참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국내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ING생명, 코웨이 등 MBK가 추진하고 있는 투자 기업의 매각이 4호 펀드 투자자 유치 성공을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