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직접투자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3년 1억2409만달러(약 1387억원)에 불과하던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액은 지난해 7억4891만달러(약 8374억원)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29일까지 개인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가 4억1571만달러(약 4642억원)에 달하는 등 증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환율 변동과 차익에 대한 과세(양도소득세 20%, 주민세 2%), 각종 거래 수수료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이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종목을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이용해 국내 주식처럼 손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해 빚어진 현상이다. 하지만 성장성이 높은 해외주식에 대한 투자자 ‘갈증’은 심하지만 여전히 해외증시에 상장된 주요 종목에 관한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증권사의 도움을 받아 미국과 중국, 일본, 대만 등의 증시에 상장된 주요 유망 종목을 살펴본다.
저평가된 중국 대형은행…핑안은행, 선강퉁 수혜 예고
유안타증권의 추천을 받은 해외 직접투자 유망 종목은 중국 선전증시에 상장된 핑안(平安)은행이다. 지난 16일 중국 국무원은 선전증시와 홍콩증시 간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선강퉁(深港通)을 시행키로 결정했다. 연내에 선강퉁이 시행되면 중국 증시에서 개별 종목을 선별해 직접투자하는 시대가 열린다. 상장사 주가수익비율(PER)이 상하이증시(13.4배)의 3배에 가까운 평균 34배에 달하는 등 고평가 우려도 적지 않지만 선전증시에 성장성이 높은 종목이 줄줄이 포진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보기술(IT)주가 아니라 금융주가 우선 추천받은 것은 후강퉁의 전례에 비춰볼 때 시장이 열린 초기에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가 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

◆주목받는 선택과 집중 전략

핑안은행은 중국 대형 보험사인 핑안보험 산하 상업은행이다. 1987년 선전개발은행이란 이름으로 설립됐고 2012년 핑안보험에 인수된 뒤부터 핑안은행이라는 상호를 쓰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자산총액은 2조5071억위안(약 419조3375억원)에 달한다. 총예금 규모는 1조7339억위안(약 290조1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1%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61억6300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31.0% 늘었고 순이익은 218억6500만위안으로 10.42% 증가했다. 대출은 1조2161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18.68% 늘었다. 중국 54개 지역에 997개 지점을 둔 전국구 은행으로 ‘몸집’이 커졌다.

증권업계가 핑안은행에 주목하는 것은 개인금융에 집중하는 전략 때문이다. 핑안은행의 고객 중 상당수는 핑안그룹을 통해 유입됐다. 지난해 신규 고객의 50%가량이 핑안보험과 핑안리스, 핑안신탁 등 핑안그룹 산하 금융사를 통해 거래를 텄다. 핑안은행은 1억명에 달하는 핑안그룹 고객을 기반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이들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개인금융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인대출이 전체 대출의 33%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관련 상품도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소액 대출과 예금 기능을 결합한 소액 서민신용 대출상품인 다이다이핑안(貸貸平安)이다. 다이다이핑안의 대출잔액은 지난해 530억위안에서 올해 800억위안 수준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서비스를 강화하는 점도 주목된다. 핑안은행의 통합 인터넷 금융 서비스 플랫폼인 ‘오렌지 네트워크’ 사용자 수는 지난해 160만명에서 올해 24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점쳐졌다.

주자제(朱家杰)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맞춤형 개인금융 등의 효과로 평안은행의 순수수료수입이 2016~2018년 연평균 20%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순수수료수입이 증가하고 혁신적 상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는 점이 중국 내 다른 은행에 비해 핑안은행이 좋은 실적을 거두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저평가·대형주 매력

증권가는 무엇보다 핑안은행이 고평가·고변동성이 두드러지는 선전증시에서 보기 드문 대형 금융주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만큼 안정성이 돋보인다. 핑안은행의 부실채권(NPL) 비율은 1.56%로 업종 평균 1.75%보다 낮다.

부실산업에 대한 노출도(익스포저)도 17%대로 업종 평균 30%에 크게 못 미친다. 자산건전성이 돋보이는 반면 올해 PER은 5.7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7배 수준으로 예상돼 ‘거품’이 거의 끼지 않았다는 평가다. 주 연구원은 “핑안은행은 PBR 1배, PER 8배 수준까지 올라갈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봤다.

2014년 개시된 후강퉁의 사례에서 대형 금융주가 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기억도 핑안은행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후강퉁 시행 직후 금융 및 유틸리티업종 주가가 두세 배가량 급등했고 특히 시총 비중이 높은 업종의 상승률이 돋보였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