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플러스]한진해운, 법정관리행에 주가·채권 폭락…후폭풍 거셀듯
행운의 여신은 결국 한진해운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채권단이 지원 거부를 결정하면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국내 1위 컨테이너 선사가 사실상 청산 수순에 진입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후폭풍도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 한진해운, 주식·회사채 거래정지…한진그룹株는 상승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한진해운 채권단은 긴급 채권단 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에 대한 자율협약을 중단키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을 예정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소식이 전해지자 회사채 값과 주가는 폭락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오후 2시11분 현재 한진해운은 전날보다 395원(24.16%) 하락한 1240원을 기록한 채 거래정지됐다. 한진해운의 주가는 오전 한 때 18.65% 급등한 1940원까지 올랐지만 채권단의 지원 불허 소식이 전해지자 급락했다.

반면 한진그룹주(株)는 5% 이상 상승하고 있다. 한진이 6.75%, 한진칼이 5.29%, 대한항공이 6.01% 오르는 강세다.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 지원 부담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진해운이 발행한 회사채 역시 일제히 급락했다. 오는 9월 만기가 돌아오는 한진해운71-2가 전날보다 30.00% 급락한 2905원에 거래가 정지됐다. 한진해운73-2와 76-2도 제한폭까지 떨어진채 거래가 중지됐다.

시장에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 가능성이 줄곧 제기돼 왔지만, 충격은 다소 큰 모양새다.

한진해운은 지난 26일 5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으나 채권단의 요구안과 차이가 커 법정관리행 우려가 대두됐다. 채권단은 내년까지 한진해운 부족자금이 1조~1조7000억원에 이를 것이며 최소한의 자구책으로 7000억원을 요구했지만, 한진해운 추가 자구안 중 실효성 있는 지원 규모는 4000억원에 불과했던 것이다.

현대상선과의 합병 가능성은…

앞서 산업계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을 반대했다. 국내 1위의 컨테이너선사인 한진해운이 몰락할 경우 조선·해운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막대하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7위인 한진해운이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사라지는 것도 큰 손해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해상수송시장의 건전한 발전방안' 정책세미나에서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곧 사업을 청산하겠다는 뜻이며, 한진해운 매출 소멸·환적화물 감소에 따른 경제 손실은 17조원대에 이른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진해운에 대한 주도권을 법원이 가진다. 법원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법정관리를 개시하며 채무 조정을 통해 기업이 갚을 수 있는 수준으로 채무를 낮춰준다.

그러나 회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법정관리를 개시하지 않고 청산을 결정할 수있다. 업계에선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기업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을 것으로 판단돼 청산 절차 개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한진해운을 2위 컨테이너선사인 현대상선과 합병해 살려야한다는 의견도 적지않다. 국내 해운산업의 몰락 위기를 막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유동성을 공급,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합병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당초 채권단과 정부가 제시한 합병 시나리오의 전제가 '두 회사의 정상화 후 손해를 입는 쪽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수조원대의 부채를 갖고 있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대부분의 자산을 잃게 돼, 합병 자체를 고려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대상선 역시 한진해운을 안고서도 정상적인 사업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된 상황은 아니다.

채선희·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