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이후 줄곧 ‘사자’로 일관하던 외국인 자금 흐름이 갈림길에 접어든 모습이다. 코스피지수 2050선까지 견인했던 외국인이 앞으로도 한국 주식, 특히 삼성전자를 계속 담을지가 우선적인 관심사다. 아직 ‘진면모’를 드러내지 않은 외국인을 따라 추종매매를 하는 것이 과연 남는 투자법인지에 대한 득실 계산도 복잡해졌다.
두 얼굴의 외국인…8월 삼성전자 5800억 순매도 vs 지수 상승 기대하는 '패시브 자금'은 유입
◆외국인, 표정 바뀌나

22일 코스피지수는 14.08포인트(0.68%) 하락한 2042.16에 마감했다. 이날 증시 하락은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4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6거래일 만에 매도세로 돌아선 영향이 적지 않았다. 미국 금리 인상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외국인이 순매수 기조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환율 변수 우려도 커졌다. 원화 강세가 계속되면 외국인 투자자로선 환차익 가능성이 낮아져 추가 유입 요인이 줄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원화 약세(달러화 강세)가 나타날 경우 글로벌 안전자산으로 쏠림 현상이 심해져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도 있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외국인이 원·달러 환율 1100원대 초·중반이 되면 매수 강도가 약해지는 모습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현재 환율(달러당 1126원)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외국인 누적순매수 규모를 과거와 비교해 볼 때 외국인 순매수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신영증권 분석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다섯 차례 장기 외국인 누적순매수 구간에서 외국인은 평균 104일간 10조9000억원어치 한국 주식을 샀다. 중간중간 외국인이 순매도한 날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흐름이 석 달 이상 매수세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지난 6월29일부터 시작된 이번 장기 누적순매수세는 51일간 6조원가량을 순매수하는 데 그친 만큼 추가 매수 여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하지만 올 2~4월에는 외국인이 6조원대 누적순매수에서 멈춘 적도 있는 만큼 통계만으로 동향을 단정하긴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액티브 vs 패시브

외국인 중 삼성전자를 사는 쪽과 파는 쪽 간 힘겨루기가 어떻게 결판날지도 관심사다. 이달 들어 외국계 자금은 패시브 자금(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수동적 투자 자금)이냐, 액티브 자금(펀드매니저가 직접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자금)이냐에 따라 삼성전자를 대하는 태도가 극명히 엇갈렸다.

패시브 자금은 삼성전자를 잇따라 매입하며 사상 최고가까지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 19일 대표적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 중 하나인 아이셰어즈MSCI신흥국ETF에서 삼성전자 비중은 3.65%로 텐센트홀딩스(3.59%) TSMC(3.35%) 알리바바그룹홀딩(2.33%)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외국인은 이달 들어 전체적으로 삼성전자를 파는 모습이다. 1일과 18일 등 2거래일을 제외하곤 매도 우위를 기록하며 총 580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비중도 8월1일 51.24%를 정점으로 19일에는 51.06%까지 떨어졌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패시브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지분이 준 것은 액티브 자금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자금의 동향과 성격을 종잡기 힘들어지면서 외국인이 주로 사는 종목을 추종 매수하는 전략의 효용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동휴 연구원은 “외국인은 주가 상승 차익보다 환율을 중시했던 탓에 과거 외국인이 주로 산 종목 주가가 떨어진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