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8월19일 오후 4시19분

[마켓인사이트] 국민연금 유럽 투자 브렉시트 이후 중단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이후 국민연금기금의 유럽지역 투자가 자취를 감췄다. 브렉시트가 중장기적으로 유럽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크다고 판단해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19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해외대체실은 지난 6월 브렉시트 결정 이후 유럽지역 부동산, 인프라, 사모펀드(PEF) 등 대체투자 검토를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 최대 공항인 니스공항 경영권(지분 60%)을 공동 인수하는 안건이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부결된 이후 유럽지역 투자 논의가 자취를 감췄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두 달여간 유럽지역 직접 투자는 한 건도 없었다. 주식과 채권처럼 환매가 쉬운 전통 자산은 패시브 운용(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수동적 투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시키고 있다.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핵심 운용역들에게 “향후 10년간은 운용 수익률이 아니라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는 린샹위안 싱가포르투자청(GIC) 회장의 발언을 인용해 신중한 투자를 당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브렉시트 결정 직후 문 이사장 주재로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이달 초에도 전략점검회의를 열어 브렉시트 파장을 점검했다.

국민연금공단은 공식적으로 “유럽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을 축소하거나 투자 논의를 중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 운용역들은 “경험이 풍부한 실·팀장급 이상 고참들이 본능적으로 유럽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며 “대신 미국 호주 아시아 지역을 더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유럽 지역 대체자산 비중은 17.2%(5조6000억원)로 전체 해외 대체자산에서 북미(39%) 다음으로 투자 비중이 높다. 유럽 지역 보유 주식은 16조6000억원으로 전체 해외주식의 23.8%를 차지한다.

국민연금 운용역들이 유럽 투자를 꺼리는 것은 브렉시트가 유럽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가늠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유럽 지역 부동산과 기업 가치가 여전히 비싸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브렉시트 결정 직후 한때 급락했던 유럽 주요국 증시는 현재 브렉시트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부동산 가격도 영국을 제외하면 거의 변동이 없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니스공항 공동 인수안이 부결된 것도 결국 가격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대체자산군은 올해 투자 비중이 전략적 자산배분(SAA)의 목표 비중(11.5%) 허용범위에 도달하면서 투자 논의가 사실상 중단되다시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유럽 지역 투자를 확대하는 국내 다른 기관투자가와 대조적이다. 한국투자공사(KIC)의 한 관계자는 “브렉시트 자체는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으며 정보의 비대칭에 따른 투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