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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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을 집중적으로 담은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이 주식 위주 상품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년간 채권형 상품은 연평균 4.18%의 수익을 냈다. 반면 주식형 상품 수익률은 1.26%에 그쳤다. 운용사별로는 채권형은 미래에셋생명, 주식형은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내놓은 상품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누가 잘했나

근로복지공단은 금융회사들의 올해 상반기 기준 퇴직연금 수익률을 11일 발표했다. 자산운용사가 내놓은 퇴직연금펀드 640종과 보험회사의 실적배당형 보험 115종의 성과를 분석했다. 회사별, 업권별로 나눠 공시됐던 퇴직연금 상품 정보를 한곳에 모아 수익률 순위를 다시 집계했다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최근 3년만 보면 채권 비중이 높은 상품일수록 수익률이 좋았다. 같은 혼합형 상품이라도 상대적으로 채권 비중이 높은 채권혼합형 상품(연 환산 3년 평균수익률 3.36%)이 주식혼합형 상품(2.87%)보다 나은 성과를 냈다.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 주식 수익률이 채권을 넘어선다는 통념과는 반대의 결과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리면서 채권 몸값이 급등한 결과가 퇴직연금 상품 수익률로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퇴직연금 시장 '채권 천하'…미래에셋생명 수익률 1위
원금을 보장하지 않는 퇴직연금 상품의 순자산(투자 자산의 현재가치)은 9조3772억원이며 이 중 3분의 2인 6조2875억원이 국내 채권혼합형 상품에 집중돼 있다. 이 분야의 ‘절대 강자’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다. 이 회사 상품은 지난 3년간 21.08%의 누적 수익률을 냈다. 신한생명(18.97%)과 KB자산운용(17.76%)이 2위와 3위에 올랐다.

전체 자산의 12.88%가 몰려있는 국내 채권형 상품 시장에선 미래에셋생명이 3년 누적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 상품은 지난 3년간 평균 17.04%의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줬다. 동부화재(15.97%)와 키움투자자산운용(15.35%), 동양자산운용(15.32%) 등이 엇비슷한 수익률로 2위 그룹을 형성했다.
퇴직연금 시장 '채권 천하'…미래에셋생명 수익률 1위
순자산 면에서 세 번째로 덩치가 큰 해외 채권혼합형 상품 시장에선 한화자산운용(20.67%)과 미래에셋생명(19.64%) ‘투톱’ 체제가 굳건하다. 두 회사와 3위 업체의 수익률 차이는 7%포인트가 넘는다. 자산운용사들이 진검승부의 장(場)으로 간주하는 국내 주식형 상품 시장에선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27.34%)과 신영자산운용(26.37%) 두 업체만 3년 누적수익률 20%의 ‘벽’을 넘었다.

◆어떤 상품이 유망하나

공단은 투자위험 대비 수익률을 가늠할 수 있는 샤프지수를 참고해 퇴직연금 상품을 고를 것을 조언했다. 단기 수익률이 높다고 하더라도 수익률 변동성이 크면 낭패를 보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샤프지수 기준점은 1이며 숫자가 클수록 투자위험 대비 수익률이 양호한 상품이다. 이번 조사에서 샤프지수가 가장 높게 나타난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의 ‘삼성퇴직연금Active채권종합’(샤프지수 1.71·연 환산 3년 평균수익률 4.83%)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퇴직플랜글로벌다이나믹50’(1.67·4.54%)이었다. 주식형 상품 중엔 샤프지수 1을 넘는 상품이 아예 없었다. 상품별 샤프지수는 공단 홈페이지에 나와 있다.

공단은 자산운용사와 보험사의 상품을 같은 기준으로 분석했다. 보험회사들은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자산운용사에 운용을 맡기지만, 어느 운용사에 돈을 맡겼는지를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 금융상품에도 보험사 브랜드를 붙인다. 보험회사 상품의 운용 주체를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워 보험사를 자산운용사로 간주하고 수익률 순위를 매겼다는 게 공단 측의 설명이다. 새로운 기준에 따른 퇴직연금 수익률은 분기마다 발표된다.

송형석/백승현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