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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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 8월10일 오후 4시13분

중국 원양어업 회사인 중국원양자원의 거짓 공시가 지난달 탄로나면서 가까스로 회복하는 듯했던 중국계 기업 전반에 대한 신뢰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회계 부정 탓에 상장 2년 만인 2013년 한국 증시에서 쫓겨난 섬유업체 중국고섬의 ‘악몽’이 되살아나서다. 신규 상장 절차를 밟고 있는 중국 기업들은 국내 투자자들의 싸늘해진 반응에 비상이 걸렸다.
[마켓인사이트] 중국 기업들, 한국증시 상장 제동 걸리나
◆“도매금으로 평가”

중국 완구업체인 헝셩그룹은 지난 9일까지 이틀간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받은 결과 경쟁률이 0.77 대 1로 집계됐다고 10일 밝혔다. 모두 400만주, 144억원어치 주식을 배정했으나 청약주식 수는 307만주에 그쳤다. 올해 증시에 입성한 31개사(스팩 제외) 가운데 첫 번째 청약 미달이다.

이 같은 결과는 중국 전기·전자부품업체인 로스웰 수요예측 때와 사뭇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6월3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로스웰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328 대 1을 나타냈다. 상반기 상장사(스팩 제외) 평균 청약경쟁률 354 대 1과 비슷한 수준으로 ‘차이나 디스카운트’ 해소의 청신호로 해석됐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지난달 중국 원양자원의 허위 공시 파문이 커지면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무너진 결과로 분석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중국계 기업이 그런 게 아닌데도 도매금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많은 투자자가 당분간 중국 기업에 부정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들은 원하는 공모가로 충분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중국 기업은 트랙터용 휠과 타이어를 만드는 금세기차륜, 유아용 화장품을 만드는 오가닉티코스메틱, 광학필름 제조사인 그레이트리치과기 세 곳이다. 모두 영업이익률이 30%대에 달하는 기업으로 심사 청구 때부터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 투자 담당자는 “기업 내용이 좋은 회사라 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선 가치평가를 잘 받기 어렵다”며 “투자손실이 날 경우 투자책임자는 왜 시끄러운 기업에 투자했느냐는 추궁을 당해야 하고 주관사도 청약 미달을 우려해 보수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절반 가까이 상장폐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7년 3노드디지탈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중국 기업 18곳이 국내 증시에 입성했지만 이 중 7곳이 상장 폐지돼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겼다. 2009년 증시에 입성한 중국원양자원도 지난달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상장폐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원양자원은 지난 4월부터 자회사 파업, 채무 원리금 연체와 계열사 지분 가압류 등 악재성 공시를 쏟아냈다. 하지만 지난달 거래소가 확인한 결과 일부 내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의 ‘문지기(gate keeper)’ 역할을 하는 한국거래소는 중국 기업들을 더욱 까다롭게 심사할 예정이다. 코스닥상장심사팀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조심스러워하는 만큼 회계사와 주관사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더욱 면밀하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