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변동성 증폭에 우려…과도한 쏠림에는 안정조치

연이은 원화 강세에 10일 원/달러 환율이 1년여만에 1,100원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환율 하락은 역대 최장기간 감소세를 이어가는 수출 부진을 부채질하는 데다 저물가를 심화해 디플레이션 우려마저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환율 하락은 수출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환율이 달러당 1천200원일 때 수출하던 국내 기업은 1달러어치의 물건을 팔면 1천200원을 받지만 환율이 달러당 1천100원으로 내려가면 1달러를 팔아도 1천100원 밖에 받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국경제를 지탱해오던 수출이 수렁에 빠진 상황에서 환율 하락마저 더해지면 부진이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출은 지난 7월 410억4천5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0.2% 줄면서 역대 최장인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수출은 지난 5월(-5.9%)과 6월(-2.7%) 감소 폭을 줄이면서 반등이 기대됐으나 다시 3개월만에 두 자릿수 감소율로 뒷걸음질쳤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7월 들어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됐지만, 조업일수, 선박수출액 기저효과 등 일시적 요인 감안하면 감소 폭이 축소되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면서 "8월은 개선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화 절상속도가 빨라지면서 당초 반등이 기대됐던 8월 수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최근의 환율 하락은 예전과 달리 내수 경기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통상 환율 하락은 수입 물가를 낮춰 소비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최근 기록적인 저물가 상황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환율 하락은 소비 증가보다는 오히려 디플레이션 우려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같은 달보다 0.7% 오르는 데 그쳐 작년 9월(0.6%)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석 달째 0%대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통해 올해부터 3년간 달성하겠다고 설정한 소비자물가 상승률(2%)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디플레이션은 경제활동의 둔화로 물가상승률이 낮아지고, 물가가 낮아질 것이라는 예상으로 소비와 투자가 줄면서 물가를 더 끌어내리는 악순환 상태를 의미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국경제가 이미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 전반이 침체되는 준(準)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졌다는 진단을 내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정성춘 국제거시금융본부장은 "최근 환율 하락은 우리 경제가 좋아서라기보다는 미국의 금리인상 지연, 영국 등 선진국의 금리 인하와 같은 대외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으로 환율이 출렁거리는 장세가 지속되면 기업의 수출과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우리 경제 입장에서는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최근의 급격한 원화 절상이 우리 경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금융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하면서 시장 변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은 이달 초 "환율이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기업 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 많다"면서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성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원화 절상이 빠르게 이뤄지는 데 대해 우려를 갖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과도한 쏠림이 발생하면 필요한 시장안정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연합뉴스) 박대한 김수현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