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일 발표한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 방안에는 중개업 역할에 머물러 있는 한국 IB의 덩치를 키워 기업금융과 글로벌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한다는 복안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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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증권사 자기자본을 3조원 이상, 4조원 이상, 8조원 이상 등 3단계로 세분화한 뒤 각각 차별화된 업무를 허용해주기로 했다. 기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대형 IB) 기준인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에는 기업신용공여 한도를 별도로 자기자본 100%까지 확대해주고, 다자간 비상장주식 매매와 중개업무를 열어준다. 또 글로벌 사업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대형 증권사가 해외 프로젝트나 해외 인수합병(M&A)을 주관할 경우 정책금융기관과 한국투자공사(KIC), 성장사다리펀드를 활용해 일부 공동투자를 지원할 계획이다.

증권사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으로 몸집을 키우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1년 이내 어음 발행 업무를 할 수 있다. 어음은 회사채보다 발행 절차가 간편해 손쉬운 자금 조달 수단이지만 그동안 증권사에는 허용되지 않았다. 어음발행액은 주가연계증권(ELS)과 달리 레버리지 비율(총자산/자기자본)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만 어음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의 50% 이상은 기업 대출에 쓰도록 할 방침이다. 기업금융 관련 외환 매매 업무도 허용한다.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초대형 IB로 진입하면 추가로 종합금융투자계좌(IMA)를 운용할 수 있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이 맡긴 자금을 적극적으로 운용해 원금과 일정 수익을 지급하는 투자상품이다. 초대형 IB는 발행액에 제한 없이 IMA 자금을 유치해 회사채, 기업대출 등 기업금융 관련 자산에 집중 운용할 수 있다. 은행에만 겸업이 허용된 부동산 담보 신탁 업무도 가능해진다.

금융당국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대형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기업 대출 업무에 나서도록 유도하기 위해 새로운 순자본 비율 체계(NCR)를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증권사는 만기가 긴 대출 자산을 보유하면 이 채권액을 영업용순자본에서 모두 차감해야 한다. 이 때문에 NCR 비율이 크게 하락했다. 앞으로는 채권액 일부만 빼도록 해 건전성 규제 부담을 완화해줄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자와 인수M&A를 통해 증권사들이 적극적으로 자기자본 확충에 나서도록 자본 규모에 따라 지원책을 차등화했다”며 “충분한 자기자본을 보유한 증권사들이 투자은행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고 더욱 대형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