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의 면세점 판매 규제 소식에 화장품주가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사드(THAD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 차익실현 매물 등 연이은 악재로 화장품 종목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3조원이 줄어들었다.

한국콜마홀딩스는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7.63% 떨어진 4만3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토니모리(-6.91%) LG생활건강(-6.05%) 잇츠스킨(-5.68%) 한국콜마(-2.53%) 아모레퍼시픽(-2.06%) 등 대표적인 화장품 종목들이 떨어졌다.

코스닥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유미팩’으로 유명한 마스크팩 제조사 제닉은 이날 6.46% 떨어진 1만9550원에 장을 마쳤다. SK바이오랜드(-5.70%) 코리아나(-3.50%) 리더스코스메틱(-2.84%) 등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번엔 면세점 판매 제한…화장품주 시총 하루 새 3조 증발
유일하게 오른 종목은 아모레G(1.04%)다. 이 회사는 지난달 29일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해 주가가 소폭 상승했다. 이날 21개 화장품 관련 종목의 전체 시가총액은 58조4420억원으로 전 거래일(61조2308억원)보다 2조7888억원 감소했다.

하락세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달 29일 관세청이 면세업체들에 한국 화장품 판매 수량을 ‘출국일 기준 1인당 50개’로 제한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다. 판매 규제에 따른 실적 둔화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은 이미 자체적으로 일부 품목에 한해 면세점 판매 수량을 제한해 왔지만 이를 명시화할 경우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국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화장품의 면세 판매량 중 국내외 비공식 유통채널용이 상당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대표 화장품 기업들의 면세점 이익 의존도가 높은 상태에서 이런 규제는 중단기 실적 위험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판매 규제를 매장별로 할지, 브랜드별로 할지, 언제부터 시행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당국의 규제 및 중국인 소비심리 악화 등 여러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악재라는 점에서 단기 회복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선화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달 중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할 국가별 화장품 수출입 현황에서 중국 쪽 구매력이 크게 줄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오면 반등할 여지는 있다”면서도 “여러 악재가 잇따라 터진 만큼 당분간 주가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