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서울외환시장의 마감 시간이 오후 3시에서 오후 3시30분으로 늦춰진다. 늘어나는 거래 시간은 30분에 불과하지만 외환시장에 참여하는 은행과 투자자, 기업 등은 그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가뜩이나 변동폭이 커진 원·달러 환율이 장 막판에 더 출렁일 것인지가 걱정거리다. 환전 편의성과 원화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8월 1일부터 외환거래 시간 30분 연장…시장 영향은?
◆유럽 시장 바로 반영

서울외환시장운영협의회는 1일부터 서울외환시장의 외환거래 시간을 오전 9시~오후 3시30분으로 조정한다. 외환당국이 기준으로 삼는 원·달러 환율 종가도 기존 오후 3시가 아니라 오후 3시30분에 정해진다.

증권·파생상품의 정규매매 거래 시간도 이날 똑같이 늘어난다. 지난 5월 정부는 주식거래 마감 시간을 8월부터 오후 3시에서 오후 3시30분으로 늦추기로 하면서 외환 마감도 여기에 맞추기로 했다.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래 편의를 위해서다. 국내 주식을 사려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야 하므로 외환거래도 같은 시간에 열어두기로 한 것이다.

외환거래 시간이 조정된 것은 2005년 3월2일이 마지막이었다. 당시엔 오후 3시에 끝나는 주식시장에 맞춰 외환거래 마감을 기존 오후 4시에서 오후 3시로 앞당겼다. 이에 따라 오후 3시 이후 외환거래는 홍콩 싱가포르 등 역외 선물환(NDF)시장에서 이뤄져 왔다. 24시간 열리는 NDF시장은 통화를 주고받는 대신 환율 차익을 정산하는 식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오후 3시부터 30분간은 유럽 주식시장이 시작되면서 글로벌 변동성이 커지는 시간”이라며 “NDF 거래 수요가 서울외환시장으로 들어오면서 장 막판에 환율 움직임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유럽 시장 분위기가 다음날 서울외환시장 시초가에 주로 반영됐지만 앞으론 그 영향이 하루 앞당겨진다는 의미다.

◆“거래 늘면 환율 안정”

국내 자본시장이 다른 신흥국보다 크고 개방돼 있어 원화는 대외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원화는 중국 등 신흥국 통화의 ‘대체통화’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신흥국 경기가 부진하면 원화 약세에 ‘베팅’하는 식이다. 외환거래 시간이 늘어나면 NDF시장에서 활약하던 단기 투자자들이 역내 거래로 들어와 환율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의 하루 평균 변동폭은 전일 대비 6원50전(1분기 기준)에 달했다. 2014년 3원50전, 2015년 5원30전보다 크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로 환율 움직임은 더 커졌다. 국제 투기세력이 중국 위안화를 공격 대상으로 삼을 경우 가까운 원화가 출렁일 수 있다고 일부에선 우려한다.

외환거래가 늘면서 장기적으로 환율 움직임이 안정될 것이란 낙관론도 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서울외환시장 유동성이 NDF보다 훨씬 높다”며 “NDF의 투기적인 거래가 흡수되면 그만큼 거래가 늘어 가격(환율)이 효과적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화 국제화에 보탬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MSCI 선진국지수에 한국이 편입되지 못한 배경으로 환전의 불편함이 지적돼 왔다.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 안정을 추구하는 장기 투자금이 한국 증시에 들어오므로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김유미/심성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