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하나로 순식간에 시가총액 두 배…10년마다 대박 닌텐도
화투회사로 시작한 닌텐도…2006년 위(Wii) 2016년 포켓몬 고
AR게임 신세계 여는 나이앤틱…포켓몬고 열풍 1∼2달은 더갈듯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 고'가 예상을 뛰어넘어 전 세계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닌텐도(任天堂)의 시가총액이 7거래일 만에 20조원이 불어나며 거의 두 배가 됐다.

그간 콘솔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부진했던 닌텐도는 이번 '한 방'으로 10년 주기 대박설을 다시 입증해냈다.

구글의 품에서 막 벗어난 나이앤틱은 포켓몬 고로 AR게임 붐을 일으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게임업계에 변혁을 불고 온 이 포켓몬 열풍은 적어도 향후 한두 달은 거뜬히 이어질 전망이다.

◇ 게임 출시 7거래일 만에 닌텐도 시가총액 갑절로 점프…20조원 늘어
포켓몬 고가 미국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출시되면서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보유한 일본의 게임업체 닌텐도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된 닌텐도 주가는 출시 직후인 7일 3.9% 상승세를 타며 급등의 조짐을 보였다.

이튿날 호주·뉴질랜드 등지에서 출시 24시간 만에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 무료 게임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은 주가에 날개를 달아줬다.

다운로드 수가 폭증하면서 서버가 멈추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자 8일 주가는 장중 12%까지 뛰었다가 8.9% 오른 채 마감했다.

이어 주말을 끼고 포켓몬 고 열풍이 번지자 11일 24.5%, 12일 12.7% 뛰며 폭등세를 이어갔다.

13일에는 닌텐도 주가 폭등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4.4% 하락하며 숨고르기를 했지만, 곧바로 14일 15.9%, 15일에는 9.8% 상승 마감했다.

지난 6일 종가 대비 7거래일간 오름폭은 93.2%나 됐다.

이에 따라 닌텐도의 시가총액은 출시 직전인 6일 2조372억엔에서 15일 3조9천356억엔(약 42조1천억원)으로 7거래일 만에 약 2배로 증가했다.

이 기간 시총 증가액은 1조8천983억엔(20조3천억원)이었다.

지난 15일 시총은 휴대용 게임기 3DS를 공개했던 2010년 6월 이래 약 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 화투회사에서 AR 활용 게임까지 닌텐도 10년 주기로 '대박'
포켓몬 고 열풍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닌텐도는 최근 몇 년간의 침체를 벗어던지면서 '10년 주기 대박설'을 입증해냈다.

딱 10년 전인 2006년에는 가정용 게임기 '위'(Wii)를 출시하면서 시장을 선도했고 1996년 게임보이용 포켓몬스터 게임으로 침체기를 이겨냈다.

게임회사 이름으로 익숙한 닌텐도는 원래는 1889년 화투 제작으로 시작한 회사다.

화투와 트럼프 카드를 만들던 회사였던 닌텐도는 러브호텔, 택시 회사, 즉석밥 등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대다가 1970년대 오일쇼크 시기에야 비디오 게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1983년 게임기 패미컴을 내놓으면서 도약한 닌텐도는 마리오, 젤다의 전설 등 유명 게임을 줄줄이 출시하며 게임업계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1989년에는 휴대용 게임기 게임보이 출시로 언제 어디서든 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1990년대 들어 어려움을 겪었지만 1996년 게임보이 포켓몬스터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숨통이 트였다.

이후 프로그래머 출신인 이와타 사토루(岩田聰) 사장의 진두지휘 아래에서 2004년과 2006년에는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와 가정용 게임기 위를 연달아 내놓으면서 게임업계에 새로운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모바일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콘솔 게임에 머물면서 또다시 침체에 빠졌다.

패미컴, 포켓몬스터 게임, 닌텐도DS와 위 등이 거의 10년 단위로 등장하면서 닌텐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듯이 이번에는 포켓몬 고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당장 포켓몬 고의 성공에 따라 닌텐도의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데다가 이달 말 포켓몬 고 관련 기기인 '포켓몬 고 플러스'를 판매하면 닌텐도의 매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 개발사는 홀로서기 1년 차 나이앤틱…포켓몬 고 열풍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포켓몬 고를 개발한 것은 구글 사내 벤처로 시작해 분사해 나온 지 고작 1년 된 나이앤틱이라는 개발사다.

나이앤틱은 GPS와 증강현실을 기반으로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게임을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나이앤틱 CEO는 구글의 위성사진 서비스인 구글어스를 진두지휘한 인물로, 이전부터 GPS와 지도 서비스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이 회사는 증강현실 게임 '인그레스'를 소개했으며, 이번에는 포켓몬 고를 이용해 포켓몬스터가 살고 포켓스탑이 있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냈다.

포켓몬 고 열풍은 향후 1∼2개월은 지속할 전망이다.

우선 포켓몬 고가 공식 출시된 국가가 현재 미국, 뉴질랜드, 호주, 독일, 영국 등 4개국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시장으로 꼽히는 일본에서 아직 서비스가 시작되지 않았고, 각국에서 서비스가 시작되는 시점마다 붐이 일어날 것을 기대할 수 있다.

존 행크 나이앤틱 CEO가 상대적으로 이른 시일 안에 200여개 국가에서 게임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전 세계 서비스까지는 1∼2달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출시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과거 인그레스 출시 당시에도 전 세계에 게임을 서비스하는데 1∼2개월 정도 걸렸기 때문이다.

이미 포켓몬 열풍이 번지고 있는 미국 내에서는 향후 한 달 정도 이 같은 열풍이 지속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IT전문매체 씨넷이 3천26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포켓몬 고 열풍이 얼마나 갈 것 같은가'라는 질문을 던진 결과 전체 응답자의 40%가 '한 달'이라고 답했다.

영원히 열풍이 지속할 것이라는 응답은 21%로 그 뒤를 이었다.

열풍이 2주에 그칠 것이라는 응답도 21%였다.

1년간 이어질 것이라는 답변은 18%를 차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