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을 완전히 회복한 가운데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2.42% 올랐다. 하지만 국내 주식형펀드들의 성과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평균 -1.69%)다. 설정액 1조원 이상의 6개 간판급 펀드도 시장 지수에 못 미치는 수익률로 고전하고 있다. 시장흐름이 대형주 중심의 지수 추종형 매매로 간 상황에서 펀더멘털(내재가치) 분석으로 실적에 비해 싼 주식을 담는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1조 이상 펀드 들여다보니…"포트폴리오 큰 틀 유지…실적주 수익호전 될 것"
하지만 이들 펀드를 굴리는 펀드매니저들은 별다른 동요가 없다. “시장흐름에 따라 일시적으로 펀드수익률이 저조한 만큼 기존 포트폴리오 전략을 크게 바꿀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연말로 갈수록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장세가 힘을 쓸 것인 만큼 펀드수익률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7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최대 주식형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의 올해 수익률은 0.80%에 머물렀다. 2013년 19.83%를 필두로 △2014년 6.37% △ 2015년 11.86% 등 매년 고수익을 내온 것과 대조적이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박인희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은 “장기 박스권에 대한 학습효과로 투자자들이 2000선만 넘으면 펀드 환매를 요청해 괜찮은 종목을 팔아야 하는 고충이 있다”며 “하지만 하반기엔 펀드가 담고 있는 중장기 실적주들이 주목받으면서 수익률이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KB자산운용의 간판급 상품인 ‘KB밸류포커스’와 ‘KB중소형포커스’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각각 -1.12%, -0.18%로 저조하다. 두 펀드를 굴리는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장기 박스권 증시에서 시장 방향성만 보고 단기 매매하는 국면이 지속된 탓에 펀드가 주로 담고 있는 중소형 가치주들이 주춤한 상황”이라며 “우량 배당주와 일부 대형주 매매를 통해 추가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도 대형주 위주로 담고 있지만 연초 이후 수익률은 0.28%에 그친다. 대형주 가운데 삼성전자 정도만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박현준 한국투신운용 코어운용부문장은 “향후 정보기술(IT)장비, 소프트웨어 업체와 은행, 유통주 등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고 이들 종목을 계속 사들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자금 몰이를 주도했던 ‘메리츠코리아’ 역시 올해 하락장에선 더 빠지고, 상승장에선 덜 오르면서 10% 가까운 손실을 냈다. 하지만 권오진 메리츠자산운용 전무는 하반기 수익률 회복을 낙관하고 있다. 그는 “벤치마크(기준 수익률)를 따르지 않고, 구조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76개 종목에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펀드수익률이 시장과 정반대로 갈 수 있다”며 “이들 편입 종목의 실적 개선세를 볼 때 2분기 실적 발표 시즌과 맞물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3%가 넘는 손실을 보고 있는 ‘한국밸류10년투자’의 책임매니저인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부사장은 “지금처럼 가치주들이 소외받는 구간에서는 끝까지 버틸 수밖에 없다”며 “가치주 강세 국면으로 전환할 것에 대비해 연간 10% 이상 성장을 하고 있는 기업 주식들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